너의 말들이 엄마를 살고 싶게 해

말에 대하여

by 휴지기

지금은 일요일, 나는 네 덕분에 또 카페에 앉아 가지런히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있단다. 네가 주는 주말 오전의 호젓한 시간이 엄마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이 시간에 엄마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가끔은 밀린 업무를 하기도 해. 네가 선물한 엄마의 혼자만의, 정신의 또렷한 시간에 말이야.


엄마는 최근 사실 좀 외로웠었어. 네가 외로운 게 뭔지 알려나? '외롭다'는 감정은 '외'가 된 느낌,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정서적 상황을 말하는 거야. 사전에 찾아보면 '외롭다'는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는 의미라고 나와있어.


그러니까 엄마는 최근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한 느낌'을 자주 강하게 받았던 것 같아. 아빠가 타지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아빠에게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온통 불안하거나 불행한 것뿐이라서, 엄마의 외로움을 달래줄 무언가가 없었어.


엄마는 쓸쓸했고, 그래서 불행하다고 느꼈어. 가난한 데다 쓸쓸하기까지 한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거든. 가난할 거면 쓸쓸하지 말든지 쓸쓸할 거면 가난하지 말든지 하나만 불행해야지 이렇게 여러 불행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이 엄마는 감당하기 힘들었어.


엄마는 원래 정신이 강인한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전방위적인 공격이 들어오니 그걸 감당해 내기가 버거웠어. 엄마는 밤에 무서운 꿈들을 여러 개 꾸었어. 그 꿈속에서 엄마는 자주 울부짖었고,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난 적들도 여러 번 있었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울부짖던 상황이 꿈이라는 게 짧게 안도가 되었지만 바로, 깊은 한숨이 나왔어.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지, 왜 여전히 살아서 이 짐을 지고 또 꾸역꾸역 걸어가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거든. 날이 타는 듯이 더운데, 34도까지 올라가는데 엄마 키만 한 짐을 어깨에 들쳐메고 등에 짊어지고 얼마만큼의 땀을 흘리면서 또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야 하는 건지 엄마는 절망스러웠거든.


그런데 그럴 때 너의 말들이,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아우, 잘 잤다. 엄마 오늘은 진짜 푹 잤어."라고 하는 말이나


식탁에서 저녁을 먹다가


"바람 때문에 진짜 시원해. 우리 집이 제일 좋아. 여름이 항상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라는 말,


또는 설거지하는 엄마를 부른 뒤 '사랑해'라면서 툭 뱉는 말들, 그런 말들이 엄마를 여전히 살아있게 해.


네가 엄마를 살아있게 해.


엄마는 생각해.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은 포기해야 할 때라고.


엄마는 원래 흥이 많고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쯤에는 술을 마시면서 놀고 싶은데, 그런 것들은 이제 포기해야 할 것 같아.


너의 엄마로, 조용하고 정갈하게 사는 것이, 엄마의 에너지를 오로지 너와의 삶을 위태롭지 않게 지켜내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너는 잘 살겠지, 너는 엄마처럼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많은 것들을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삶을 살지는 않겠지, 믿으면서 말이야.


아들아, 너의 말들이 엄마를 살고 싶게 해.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를 살고 싶게 하는 말들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그렇게 자라나도록 엄마가 노력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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