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도 못난 부모들

by 휴지기

남편과 나는 일주일째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남편을 피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막노동 알바를 나가고 있다. 남편은 아침 7시가 조금 못되어 집에서 나가고 밤 10시쯤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거실에서 남편의 기척이 들리면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조용히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가 남편이 중문과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나는 밖으로 나간다.


밤에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나는 서둘러 잠자리에 든다. 혹시 남편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오더라도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남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가 없는 듯이, 그렇게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그전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대화를 할 때 우리의 대화 내용은 언제나 일관되었었다.


"돈 들어왔어?"


내가 묻는다.


"아직."


남편이 대답한다. 들릴 듯 말 듯, 한숨과 같은 목소리로.


"언제 들어온대?"


나는 조금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는다.


"들어오겠지."


남편이 또한 대답한다. 바람 빠진 타이어 같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이다.


그럼 그때부터 나의 원망과 한탄, 후회와 비난의 말들이 터진 둑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센 물줄기처럼 내몰아친다. 남편은 그냥 듣고 있거나, 잠시 듣고 있다가 화를 낸다.


내가 남편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남편이 받아야 할 돈을 받아오지 못하는 한 우리의 대화는 또 저기서 맴돌 것이다.


남편이 만든 문제들은 지금도 여기저기서 빵빵 터지고 있지만, 남편은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고 나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남편을 닦달하는 게 지친다.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 문제, 이제 그 문제들에 대해 말을 하는 것도 힘겹다.


무던한 것 같이 보이는 우리 아이는, 부모인 남편과 내가 서로 날을 세우고 있을 때는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내 눈치를 보는 게 너무나도 역력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이 앞에서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노로 터져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아이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고대하던 영재원 첫 수업이 있는 날, 남편이 차를 써야 한다고 해서 남편과 아이, 내가 셋이 차를 타고 수업이 열리는 대학교로 향했다. 차에 있는 30분 내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결국 내리기 직전 싸우고 말았다.


아이는 첫 수업으로 설레던 마음이 못난 부모들 때문에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몇 달을 기다린 첫 수업의 신나는 시작을, 부모가 망쳐버렸는지 모른다.


우리는 너무도 못난 부모들, 무능한 아빠와 참지 못하는 엄마이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 집에도 따뜻한 햇살이 비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래 어두웠고 오래 추웠으며 오래, 아팠다. 그런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도대체 언제, 언제쯤, 그날이 오게 될지, 환하게 빛나는 날이 오게 될지, 그날이 오기는 올지, 기다림에 지쳐 딱 고꾸라져버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믿는다. 왜냐하면..... 그거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그 언젠가는의 순간을 믿으며, 또 하루를 산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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