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은 안 되는 사람인 걸까.
오래전 본 사주가 부쩍 떠오르는 요즘이다. 그 사주가는 나를 보고 말했었다. 마흔에 요절할 사주라고. 그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미친놈이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은, 어쩌면 그 사주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온 우주가 나에게 죽어라 죽어라 하고 있는 것 같다. 온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내가 비집고 들어가 설 수 있는 땅을 한 뼘도 남겨두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도모한 모든 일들이 어그러지고 있다. 주말을 반납하고 밤을 새우며, 삼 개월을 준비한 일들이었다. 원하고자 했던 결과물이 눈앞에 보였지만 번번이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손에 넣었는가 싶으면 바로 미끄러져 나아갔다. 나의 시간과 나의 노력과 나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사업이 망한 직후에는 바로 재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젊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수습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수습을 하면 할수록 내가 빠져 있는 수렁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해보았지만 돈은 떼어 먹히기 일쑤였고, 나의 노동은 자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족을 볼 면목이 없었다.
와이프는 2주째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는 중이다.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고 보아도 못 본 체하고 지나간다. 며칠째 집에서 나는, 투명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알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내가 일으킨 것이다. 역량도 없으면서 사업을 했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 사기를 당했다.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허덕였고 무엇보다 나는, 와이프의 인생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돈을 끌어다 썼다.
해결하고 싶다. 해결하고 싶어 미치겠다. 그런데 자꾸만 일이 꼬인다. 와이프에게, 아들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와이프의 차가운 태도를 보면 또 서러움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내가, 내가 원해서 망한 건 아니다. 나도 잘해보고 싶어 그랬던 거다. 미친 듯이 노력해도 안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소리 지르고 강변하고 싶지만 와이프의 냉소가 두렵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잘못된 무언가를 되돌릴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많은 걸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을 더 버릴 수 있을까도 고민해 본다.
인간답게 사는 것. 평범하게 사는 것.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쉬며 아이의 교육이나 걱정하며 남들처럼 사는 것.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나는 왜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얻으려고 노력해도 닿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것일까. 법을 지키고 남들에게 해 끼치지 않으며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것도 알 수 없다. 와이프가 이런 극한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내가 와이프의 냉소와 원망을 얼마나 더 받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무릎의 통증이 심하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으며 두통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현장일을 멈출 수 없다. 뭐라도 해서, 이미 고장 난 몸 조금 더 고장 나더라도, 결국엔 제대로 못쓰게 되더라도 몸 쓰는 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언젠가는, 한 번은 부끄럽지 않게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