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항상 아이 손에 닿는 곳에 둔다

by 휴지기

출처가 잘 기억나지 않는 글이 있다. 휴대폰을 많이 보는 이유를 설명한 글이었다.


우리가 휴대폰을 많이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손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친구를 기다리거나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는 휴대폰을 아무 생각 없이 본다는 것이다. 맞는 것 같았다. 나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휴대폰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서는, 책을 항상 아이 손 가까이에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심심할 때,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을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천성이 게으르고 정리정돈을 제대로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아이가 책을 읽다가 아무 곳에나 던져둬도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읽던 책을, 또는 다 읽은 책을 자기 침대, 책상, 서재 테이블, 소파, 안방 침대 협탁, 식탁, 방바닥 등 아무 곳에나 너저분하게 벌여 놓는다. 어떤 책은 아직 다 읽지 않아 책날개를 읽던 페이지에 끼워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다 읽고 나서 아무렇게나 뒤집어 놓은 것도 있다.


책을 읽은 후 순서에 맞게 책꽂이에 딱 꽂아놓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가 자유롭게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의 어느 공간에 가도 자기 책들이 널려 있는 것도 손쉽게 책을 들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조금은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건, 정리정돈을 못하는 엄마의 손쉬운 핑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식당에 갈 때나 여행을 갈 때 항상 책을 챙겨간다. 가족끼리 식당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겠지만 우리 아들은 밥 먹는 한 시간 동안 우리와 할 많은 이야기들이 없는 것 같다. 책이 없으면 자꾸만 밥이 나오기 전에 심심하니 게임을 시켜달라고 한다. 주변을 둘려봐도 식당에서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 아이들, 밥을 다 먹고 부모님이 식사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휴대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부모인 우리와 할 말이 더 이상 없어져 아이가 심심해하면 챙겨온 책을 건네준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갈 때에도, 지하철을 타고 부산에 갈 때에도, 가끔 경치 좋은 카페를 갈 때에도 언제나 책을 챙겨가 읽도록 한다. 아이는 집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새로운 장소에 가서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어한다.


물론, 첫 글에서 말했다시피 우리 아이가 게임이나 유튜브보다 책 읽기를 더 좋아하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 같은 아이는 아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게임과 유튜브를 아주 좋아하지만, 책 읽는 것에도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것뿐이다.


항상 아이 손에 책을 가까이 두고 휴대폰이나 태블릿 대신 책을 먼저 쥐어주는 것, 할 일이 없어 심심하고 무료할 때에는 책을 읽으면 재미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게 책 읽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할 일 없는 토요일 오전에는 서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