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을 시간 확보하기

by 휴지기

우리나라 아이들은 바쁘다. 각 나이대마다 다녀야 하는 학원들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영어와 피아노, 태권도를 주로 다니고 초등학교 3,4학년쯤이 되면 예체능 학원을 끊고 학업과 관련된 학원을 주로 다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아이들 얼굴이 살이 붙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치원 때부터 쭉 다니던 태권도 학원을 끊고 그 자리에 수학 학원을 집어넣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에게 다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경향이 그렇다는 것이고, 요즘 서울 강남에서는 또 다른 사교육 패턴이 생겼는데 지방에 사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학원 숙제가 많아진다. 학교와 학원을 갔다가 집에 돌아온 아이가 저녁을 먹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잠들기에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또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 밥 챙겨주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아이 숙제까지 봐주면,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텔레비전을 보고 휴대폰을 하면서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가 당연히 책을 기꺼이 읽을 리가 없다.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도 책을 읽는 척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러기에는 사는 게 너무 피곤하고 팍팍하다. 심지어 나처럼 노안이 빨리 온 사람들은 책의 글씨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중학생들이나 고등학생들에게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인어공주'이거나 '책 먹는 여우'와 같은 동화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 채로 초등학교 고학년을 보내고, 그러다 보면 아주 쉽고 빠르게 책과 멀어지게 된다.


어렵겠지만, 하루에 한두 시간씩은 무조건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독서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일매일 책을 읽는 것의 중요성을 부모가 먼저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오늘은 수학 숙제가 많으니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오늘은 피곤하니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오늘은 할머니 집에 왔으니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와 같이 계속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하루하루가 주어지게 되면 아이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잃어가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행동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아있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글자를 읽고 문장의 뜻을 파악하며 문장과 문장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글을 통해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나 인과관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이라 적극적인 두뇌 가동이 필요하다.


사는 게 고되다. 아무 생각 없이 도파민 듬뿍한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고만 싶다. 어른만 사는 게 고된 게 아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학원과 학원과 학원. 학교에서, 그리고 학원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공부해야 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고돤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저절로, 부모의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학원 숙제를 하지 않는 시간, 게임이나 유튜브를 하지 않는 시간, 오로지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이 시간이 잘 확보되고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에 재미를 들이게 된다면, 그 이후로는 통으로 긴 시간을 주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틈틈이 책을 기꺼이 읽으며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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