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부부싸움 1.
워째 하늘색이 여~~~ 엉 시언차녀.
어제 이장한테 한나절을 졸라서 트랙터 기름칠꺼정 다 해 놓았는디. 낼로 미뤄야 하남. 한 번 더 갈아 놔야 감자를 심는디.
입 안에 가득 물고 있던 불만을 뱉던 춘봉 씨는 닭장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철망으로 된 닭장 문이 반 밖에 열리지 않는다.
제길~~. 손에 잡힌 대로 풀 한 움큼을 후득 뽑아 던진다.
마침 장독대 한켠에 된장에 박아 놓은 깻잎 장아찌를 꺼내던 숙자 씨의 발 밑이었다.
" 아니 왜 꽃은 뽑고 난리랴?"
" 지미. 지천이 꽃이구먼 뭔 꽃을 여꺼정 심어 놓는디야?. 맨날 닭장 문이 다 열리지 않자녀."
닭장문이 다 열리지 않아서 뽑아 버린 수선화 두 뿌리가 싸움의 시작이 되었다.
춘봉 씨는 다 자라지 못한 키가 늙어가며 줄어든 탓에 유난히 왜소해 보이는 반면 스스로 목소리만 무작정 키웠다. 거기다 세월의 바람이 하필 귀로 들어와서 가는귀까지 먹은 통에 앞사람의 입을 보지 않으면 곧잘 오해를 했다.
" 으이구. 문이 다 열리면 엊그제처럼 닭들이나 튀어나올 테지. 반만 열려도 들락날락 잘도 하더구먼...... 또 뭐가 심술보를 건드렸누."
흐린 하늘을 째려보다가 눈을 거두는 춘봉 씨의 눈에 숙자 씨의 옴찔거리는 입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 비 맞은 중마냥 뭘 그리 중얼거려? 알아듣게 날 보구 말혀."
춘봉 씨가 뽑아 놓은 것은 숙자 씨가 봄이면 제일 좋아하는 수선화 두 뿌리였다.
남 주기는 좋아해도 남에게 달라해 본 적이 없는 숙자 씨가 옆집 이장네 가서 얻어다 심은 것이라 더 잘 보살폈었는데.
봄꽃은 아지랑이와 같이 피어나서 올려다봐야 하는 탓에 눈이 부시다. 눈 시리지 않고 볼 수 있고, 선명한 자태의 수선화는 숙자 씨에게 꽃이었다.
꽃 이름이 수선화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려서 언젠가부터는 그냥 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숙자 씨가 춘봉 씨 쪽으로 흘기던 눈을 거두며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킨다.
그제께 부터 감자 심을 밭을 갈다가 트랙터가 뻑뻑 이상한 소리를 내는 탓에 어제 이장이 손 봐준 것이 생각났다.
오늘 마저 갈려던 밭을, 날씨 때문에 공치게 생긴 것이 속이 상했을 춘봉 씨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세월이 좀 먹나 태양이 녹이 스나. 걱정도 팔자여.'
깻잎장아찌에서 곰삭은 된장 내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달걀프라이 두 개 담긴 접시를 춘봉 씨 쪽으로 밀어주며 숙자 씨가 또박또박 말을 그려준다.
' 밭은 더 안 갈아도 돼요. 아주 미숫가루처럼 곱습디다. 오늘은 노인정 가서 놀다 와요.'
춘봉 씨의 눈꼬리가 사르륵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