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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25. 2023

신맛이 시리다.

 늙은 소년 2

 내가 흔드는 손을 본 모양이다.

 마스크로 가려져 있지만 한 달 전 보다 많이 헐거워 보인다.

 며칠 전에 실장님은 생떼가 늘었다면서 어쩔 수 없어서 영상통화를 했다면서 동생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손톱깎이와 수염 깎기를 가장 싫어하는 동생이 유난스레 거부하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는 누나가 주스 사 올 거라고, 누나 오면 깎는다고 버틴단다.

 미운 일곱 살의 아이처럼.

 에휴.......

 나와 동생사이의 눈물 같은 훼미리주스.

 기억은 동생의 병원 생활이 길어지며 심장판막 수술을 기다리던 오래전.

 이뇨효과에 좋다면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게 하라는 의사 선생님은 권유가 있었다.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가는 날 들고 갔었는데 병원생활이 익숙했던 동생에게는 같은 병실의 다른 보호자에게서 들은 바로는 엄청 비싸게 느낀 모양이다. 어느 날부터인지 많이 남아있던 주스를 보고 왜 안 마시느냐고 했더니 신맛이 싫다고 했었다.

 신맛을 핑계로 아껴마시는 동생의 훼미리 주스병에 남은 주스만큼 울며 걸었던 혜화동 길.

  뇌경색이 발병하기 전에도 여러 번 미안해했다.
 하긴 내게도 많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동생의 기억은 한참을 뒷걸음질하고  있다.
 처음 심장수술을 하던 때로 돌아갔으니 한창 사춘기 무렵이었다. 딴에는 생떼가 느는 것도 그래서였을까?.
 가끔 대건이라는 친구를 찾는다는데 그 무렵 병원생활로 고등학교를 끝내지 못해서 검정고시 학원엘 다녔던 열아홉 살의 동생에게 유일하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늘 병실이 집이었으니.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동생의 모든 것을 관찰할 뿐이다.
 가려진 마스크 속의 입은 웃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삭아 떨어져 나간 잇뿌리만 울퉁불퉁할 것이다. 두 주전에 하나 남았던 앞니가 부러졌다. 삭아서 끊어진 것이 맞는 표현이다.

혈액을 묽게 하는 디곡신이라는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지혈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치과치료를 하기에는 언제 정지될는지 모르는 빈약한 심장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거의 반유동식을 먹는다는 연락을 받던 날  을 삼키지 못했다 나는.

 

울음과 같이 삼키는 밥은 돌덩이보다 딱딱하다.
 
 오늘도 나는 오렌지 주스와 카스텔라를 전달하고 말이 꼬이는 소리를 듣고 있다.
 웅얼웅얼.
 감각이 없는 반쪽의 언어.

 동생의 기억은 너무 멀리 거슬러 올라가 있다.

 엄마는 왜 안 오느냐는 소리가 분명하다.

 그러나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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