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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27. 2023

밥 하러 가는 용례씨

늙은 소년 3


 자춤 자춤거리며 아까부터 걸어간다.
두 손은 가슴밑에 붙이고 입은 오물오물 움직이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속삭인다.
 화장실 옆에 있는 싱크대가 용례씨의 목적지다. 너무 멀다.
 엄지발가락만큼씩 움직여 언제 도착할는지.
마른빨래를 한 아름 안고 오는  젊은 여자는 이제 용례씨를 말리지 않는다.
그저 흘깃 챙겨 본다.
 낮잠 시간이라서 tv앞에는 나 혼자다.
 소리를 줄여 놓아서 내 눈이 자꾸 용례씨에게로 옮겨 간다.
 
" 엄니! 오늘은 밥 안 하셔도 돼요. 아드님이 이따가 오신댔어요. 맛있는 거 사가지고."

 다섯 살 아들을 홍역으로 잃은 기억이 지워진 용례씨는 매일 밥을 하러 간다.
 아무것도 없는 싱크대로.

 오후의 햇살은 게으르게 내 무릎을 타고 오르고.
빨래를 개는 여자의 손 끝에는 가루 같은 먼지가 풀썩이고, 용례씨는 아직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집 같지는 않고, 병원도 아닌 것 같고.
 제기랄!
 기저귀가 미끄덩 거린다. 이상하다.
 뭔 일인가 일어 난 게 분명하다.
 젊은 여자의 미간이 확 찌그러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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