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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28. 2023

보고 싶은 사람

늙은 소년 4

간다
네게로 간다
엄마랑 누나랑 농장을.. 아니다 저 글자는 공장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써 보라 했던 걸까?
공장은 같이 일 했던 동료들일 것 같다
손 놓쳐 잃어버린 엄마겠지
이제 볼 수 있는 사람인 누나.

간다 네게로...

요양원 행사 사진에서 발견한 세 단어는 엄마, 누나, 농장( 기역이 제 몸처럼 자빠진 글자였다 ),
하필 엄마 기일에 저 글자들이 나를 먹색으로 물들이는 건지.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깨끗한 날
까만 가슴 내려놓고 오늘도 하얗게 웃음 만들어 주고 와야겠다.
 1층에서 실장님과 그간의 생활에 대해 듣던 중에 혈관성 치매의 진행이 빨라진다고 한다.
 뇌경색으로 몸의 반은 뻣뻣하게 아직도 반항 중인데 시간은 어느새 십 년을 지나간다.
 몇 주전에 요양원 10주년이었으니 병원에서의 5년이 합해지면 15년째다.
 더는 놀랍지도 않다.
 아직도 제 몫의 시간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터이니.
 
 2층의 현관문은 지난번 면회 때부터 잠겨있다.
용례할머니가 자꾸 집으로 가신다며 번호키를 눌러대서 고장 나고부터는 수동으로 열고 닫는다며
 이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전히 싱크대 쪽으로 자춤거리며 가는 듯 멈춘 듯 서 계신다.
 로비에는 휠체어만 덩그러니 있고 동생은 tv 속에 들어가 앉아있다.
 알아는 듣는 건지 표정이 모호하다.
 수건을 개고 있던 이여사의 찌그러진 표정과 코 끝으로 훅 치고 들어 오는 냄새가 한꺼번에 설명을 한다.
 따라 올라오신 실장님이 땡깡보다 더 안 좋은 것이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지 않아서 애를 먹는다고.
 그러고 보니 아직 나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씨익 웃기라도 했고 꿈벅 거리지만 내가 온 것을 알았는데......
 " 힘드시죠?"
 실장님과 나는 동시에 묻는다. 찌찌뽕!
 보호자나 실무자나 묻고 답하는 것이 항상 같다.
환자를 가운데 두고 나눌 말은 상대를 살펴 주는 말이다.
 씻고 나온 동생의 눈은 내가 아닌 케이크를 반긴다.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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