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별에 남은 너, 그리고 나.

늙은 소년 1

by 날개


척척하다. 한참 전부터.
여자는 연신 병상들 사이를 오갔으므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내 눈이 여자를 따라다니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눈을 맞추지 않는다. 소리로 부를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래. 모른 척해봐라. 이따가 침대보까지 갈아야 할 거다.
눈을 거둬들여 천장에 매달아 본다.
잔무늬, 많이 시든 자잘한 꽃무늬. 비라도 머금은 듯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희뿌연 벽지가 딱 지금의 내 기분이다.
조금의 미동도 싫어지는 날.

이런 날은 대건이랑 야학공부방에서 몰래 라면 안주에 소주 한잔 하면 좋은데......
대건이는 요즘 뭐 할까? 본지가 꽤 되었는데.

누나가 왔다며 여자는 그제야 내 밑을 열어 본다.
여자의 미간이 찌푸려지면 나도 지린내를 알아챈다. 맡은 건지 아니면 여자의 구긴 인상으로 코가 반응을 하는 건지 비린 듯 지린내를 맡으면 누나가 항상 가져오는 훼미리주스가 마시고 싶다.
시고 달큼한 오렌지 주스.
이뇨작용에 도움이 된다며 잘 챙겨 마시라 했지만 나는 늘 조금씩 아껴 마셨다.
너무 비싼 거라서.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렸어도 다른 보호자들 사이에 있는 누나는 바로 보였다. 머리를 또 잘랐나 보다. 이번에도 미용학원에서 잘랐는지 언바란스다. 나는 안다.
누나가 미용학원 수습생들에게 머리를 하는 이유를.
공짜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주스 때문일 거다.
나는 한 번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누나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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