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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Sep 23. 2023

웬 짱돌?

 온몸이 돌 천지라니까
 
  아직 한밤중이다. AM 2 시 39분.
  변기에 레바를 누르려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잠이 달려있던 눈이 화들짝 떠졌다.
 
 빨갛다.

 생리혈에 가까운 탁한 붉은 빛깔.
 몇 개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진하지는 않았는데.
 바로 검색을 해보니 방광염에 가깝기는 한데.
 괜찮을 거야.
 아침에도 여전히 옅어지지 않아서 남편에게 보여줬다.
 많이 놀란 것 같다.
 일찍 병원에 가봐야겠다. 김내과에 먼저 들려서 상의하고 지난번 차트가 있을 테니까.
 알겠다며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다시 검색에 들어가 봐도 별반 눈에 띄는 새로운 정보는 없다.
 웬 비는 이리도 내리는지.
 김내과 원장님은 통증이 없이 혈뇨가 나오는 경우는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비뇨기과를 소개한다.
 비뇨기과에 도착해서 차트를 만드는 순간에서야
비뇨기과는 처음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가정의학과에 다니며 치료할 수 있는 정도의 치료는 있었지만 특정 의학과를 다닌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살았다.
 어찌 보면 무심하게 돌보지 않았던 것이고, 어찌 보면 큰 병 없이 잘 가꿔온 것이랄 수 있다.
 의사는 늘 끝까지 간다.
소변검사에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암 일 수도 있단다.
제길!
조양제를 맞고 사진으로 정확히 봐야 한단다.
조양제 주사를 맞기 전과 맞고 난 후, 사진을 보다가 의사도 나도 놀랐다.
신장에서 내려오는 요로의 굵기가 엄청나게 다르다.
왼쪽의 요로가 오른쪽 보다 6 배 내지 7배는 굵다.
마우스의 커서가 내려가서 멈춘 그곳에는 하얀 덩어리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결석이란다.  8.149mm
 저절로 나올 수는 없는 크기라서 깨야 한다고.
 깨라고.
 고주파 충격기
 참 지랄 맞게 아프다.
 깨고 찍고, 또 깨고 찍고.
 사진 속에서 돌이 사라졌다.
 의사의 입에서 어디 갔지?
 내 눈에도 분명히 없어졌다.
 목이 마르다 입안에 모래 한 바가지 물고 있었던 것 같았던 시간.
 의사와 결론은 다음 주에 와서 다시 사진으로 확인해 보고 치료를 하자고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소변 색이 옅어졌다.
 
 처방전 받아서 나서는데 비가 거의 쏟아져 내린다.
 단골커피집에 앉아 내려다보는 분수광장은 덤벙덤벙 젖고 있다.
이뇨에는 커피지.
그래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이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링킹 했다.
 약속은 약속이니 10월에 두 번째로 비뇨기과 가는 걸로.

 내 몸인데 내가 볼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박혀 있다던 돌은 어딜 간 거지?

 그새 굴러온 돌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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