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가 될 즈음에.

갱년기는 무서워

by 날개

20인분 밥은 혼자 해도 한 위 제사는 혼자 못한다고 생전의 엄마는 제사나 명절에 꼭 그리 말씀하셨었다.
올해 처음으로 혼자 차례 준비를 해야 했다.
동서 둘이 명절날 아침에 온다고 하니 "어이가 내빰을 때려"
이유는 갱년기로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한다.
매년 하던 만큼의 시장을 봐다 놓은 나는 멘붕이 왔다.
늘 4남매 가족 모두와 시집간 우리 딸들과 질녀까지 모여 흥겹게 놀았는데 저 많은 음식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시누이가 애들 다 왔냐길래 나 혼자 하려니 힘에 부친다고 좀 일찍 오라 했더니 득달 같이 와준다.
전까지 모두 끝내고 나니 세상에서 젤 이쁜 자식들이 조르륵 들이닥친다.
따끈한 전을 집어 들면서 바로 술상이 차려지고
그간의 안부가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세상의 이야기가 세대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풀어져서 유쾌한 추석이브를 보냈다.
세 딸들에게 음식을 싸서 보내면서 손을 흔드는데 그야말로 휘영청 달이 웃는다.
잠시 정자에 앉아 달을 올려다보며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 나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살고 있지요? 엄마 계신 그곳에도 저 달이 보이시겠지요.
생전에 계시면 오늘이 엄마 생신이라 내가 생신상 차려드렸을 텐데.
엄마 돌아가신 그해 추석에 시댁에 올라 가려다가 현관 앞에 앉아 발 뻗대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왜 그리 서럽던지.
외손봉사 하는 것 아니라며 큰아버지와 외삼촌이 하라는 데로 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워서.
내 부모 제사는 지내지도 못하면서 남의 집 제사 준비하러 가는 내가 비겁하고 부끄러워서.
하지만 응석 부리기에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시부모들 없는 빈자리에 내가 앉아 각자의 몫을 다 하며 사는 자식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으며 당산나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자신에게도 말하기 불편할 때, 그냥 와서 앉았다 가라고,
길 잃을 것 같을 땐 여기에 내가 버티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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