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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Nov 02. 2023

엄마의 맛

매일 매일 엄마 밥을 먹는다.

  



 점심에 상에 나온 부추겉절이를 맛나게 먹는 우리 직원들에게 옆마을에게 부추 농사짓는 분이 큰 소쿠리로 가득 가져오셨다며 듬뿍 덜어 주신다.
 직원들은 집사람들이 싫어한다며 내게로 몰아주고
 시장에서 사면 열 단에 가까운 양이다.
 부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많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다듬기 시작했다.
 요즘은 단풍철이라 고속도로의 정체가 길었다.
 사실 잘 키운 부추라서 여러 번 손이 가지는 않았지만 멀미가 스멀스멀.
  밥이 익는 동안 갈치젓갈과 멸치 액젓 넣어 부추김치 무치고, 쫑쫑썰어 부추짜글이 만들고 나니 밥이 다 되었다고 알람이 울린다.
 두어 주먹만큼 신문지에 싸서 따로 보관했다가 주말에 장떡도 하고, 계란 풀어 부추볶음을 계획해 놓는다.

 차려진 밥상 위에는 방금 버무린 부추가 큰 접시 위에 가득이다. 언니의 푸짐함이 코끝으로 알싸하게 번져온다.


" 15년이면 이제 가족 아닌감? 이제 언니라 하지."

 그렇게 내게 언니가 생겼다.
 15년째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직원들의 입맛이 각각이라 이전에는 여러 식당을 가늠하던 때였다.
 식당 밥이 아닌 엄마 밥이었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작물이 계절마다 밥상을 바꿔주었고, 시간은 우리 회사 직원들과 형제간의 정을 나누게 되었다.
 완도 친정에서 공수해 온 해산물로 만들어 주시는 찜은 일품이다.
 우리 직원들의 생일이면 약밥케이크로 마음껏 축하도 해 주신다.
 또래보다 작아서 큰오빠 등에 업혀서 학교에 다녔다는 미엽사장님.
 마음의 크기는 높이든, 넓이든 아직도 보지 못했다.
 

 언니라고 하랬는데......
 언니보다 더 좋은 우리들의 엄마다.

  

 우리는 매일 엄마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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