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벗겨내고, 툭툭 분질러서 가차 없이 벅벅 문대서 초록빛깔의 풀물을 뺀다.
오래된 된장 두 숟가락 넣어 걸러낸 국물을 펄펄 끓인다.
가을이면 문 닫고 먹어야 제 맛이라는 아욱국이 그렇다.
펄펄 끓던 여름을 보내고 초록빛깔 걸러서 선뜩이는 가을바람 한 줌 더 넣어서 끓여낸 아욱국 한 사발을 오늘은 더 정성껏 끓여 냈다. 그리움도 한소끔 끓인다.
아욱은 다른 푸성귀랑은 다른 점이 있다.
살살 다루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너풀대는 잎사귀를 거칠게 다루어도 국을 끓이는 데는 오히려 좋다.
시월!
시린 듯한 바람이 아무도 볼 수도, 알지도 못하는 곳에 똬리를 틀 때 한 대접 후루룩 마시면 미련이 남지 않겠구나. 남겨두면 안 되는 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