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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Dec 14. 2023

카페 이름이?(가다 보면)

 겨울비와 걷는 길에서 만나다.


카페가 되어 있는 나의 첫 집.


글을 놓아 버린 곳에서
글을 읽다가.....
읽는 글에는 왜 내가 있는가
쓰는 글에는 왜 내가 없는가
비겁하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게워내는 토사물이 노트 위로
수북이 쌓인다.

 작은 도시 끝자락에 있는 그 동네는  시댁에서 분가한 첫 집이 있다.
 도로가 위에 있어 3층 다가구의 1층은 지하가 되어버린 곳.
 사글셋방 한 칸이 전부였던, 하지만 딸과 함께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우리셋의 만세는 우리 부부에게 지금도 가장 행복했던 한 의 기억이 되었다.
 모든 것이 행복한 웃음으로 채워지던 그 단칸방에서 작은 딸이 태어나고 꼬물꼬물 잘도 자라주는 아이들.
 같이 있었으므로 불편하지 않았고, 땅따먹기 하듯 한 뼘 한 뼘 넓어져 가는 공간만큼 채웠던 웃음소리.
 딸들이 일가를 이루었어도 허전할 만하면 들러서 조잘대며 채워주고 가는 온기가 있다.
 천변공원을 걷다가 올라선 그곳에는 나의 첫 집이 '가다 보면'이라고 이름을 붙인 카페로 나를 낚아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가? 따뜻한 커피 향이 좋다.
 사진 몇 장으로 불러 낸 단톡방은 알림음보다  더 크게 우리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일기 빼고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한마디 한 줄씩 게워낸다.
 내 이야기를 뱉으려 하면 입안이 말라 붙어 숨 고르기가 먼저여서 주저앉았고, 쓰려고 하면 코끝부터 매웠는데.
 장기하의 노래 중'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라는 가사에서 나를 발견했다.
 정말 별일 없이 살았다. 하지만 바빴다.
 마음대로 하려니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머뭇거려지기는 했다.

 봄비 같은 겨울비를 보면서
 서둘러서  커피잔을 밀어내고 노트를 펼친다.
 아마 지금 내리는 빗방울의 수보다 많은 글자들이 써질 것 같다.
 
 나의 첫사랑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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