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놓아 버린 곳에서 글을 읽다가..... 읽는 글에는 왜 내가 있는가 쓰는 글에는 왜 내가 없는가 비겁하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게워내는 토사물이 노트 위로 수북이 쌓인다.
작은 도시 끝자락에 있는 그 동네는 시댁에서 분가한 첫 집이 있다. 도로가 위에 있어 3층 다가구의 1층은 지하가 되어버린 곳. 사글셋방 한 칸이 전부였던, 하지만 딸과 함께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우리셋의 만세는 우리 부부에게 지금도 가장 행복했던 한 컷의 기억이 되었다. 모든 것이 행복한 웃음으로 채워지던 그 단칸방에서 작은 딸이 태어나고 꼬물꼬물 잘도 자라주는 아이들. 같이 있었으므로 불편하지 않았고, 땅따먹기 하듯 한 뼘 한 뼘 넓어져 가는 공간만큼 채웠던 웃음소리. 딸들이 일가를 이루었어도 허전할 만하면 들러서 조잘대며 채워주고 가는 온기가 있다. 천변공원을 걷다가 올라선 그곳에는 나의 첫 집이 '가다 보면'이라고 이름을 붙인 카페로 나를 낚아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가? 따뜻한 커피 향이 좋다. 사진 몇 장으로 불러 낸 단톡방은 알림음보다 더 크게 우리의 추억으로 꽉 채워졌다. 일기 빼고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한마디 한 줄씩 게워낸다. 내 이야기를 뱉으려 하면 입안이 말라 붙어 숨 고르기가 먼저여서 주저앉았고, 쓰려고 하면 코끝부터 매웠는데. 장기하의 노래 중'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라는 가사에서 나를 발견했다. 정말 별일 없이 살았다. 하지만 바빴다. 마음대로 하려니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머뭇거려지기는 했다.
봄비 같은 겨울비를 보면서 서둘러서 커피잔을 밀어내고 노트를 펼친다. 아마 지금 내리는 빗방울의 수보다 많은 글자들이 써질 것 같다. 나의 첫사랑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