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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an 12. 2024

늙은 소년 7.

겨울밤에는.


 
TV가 꺼졌다.
" 자야지요."
휠체어의 방향을 트는 요양사는 리모컨을 한 손에 들고 있다. 절대 내 손이 닿지 못하게 한다.
 다른 방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몇은 조금 전까지 내 뒤의 소파에 앉아 웅얼거리고 있었는데......
  나는 몸을 뒤틀며 TV 쪽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방에 들어가면 사시사철 똑같은 강변의 풍경만 올려다봐야 한다.
 밤에는 옅은 불빛으로 지워지풍경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요양사가 이불을 여며주고 나가면서  딸깍  소리와 함께 방 안은 깊은 물속처럼 깊어진다.

 누나는 막내를 업고 나는 누나 옆에서 신작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속에서 엄마의 보따리를 찾는다.
보라색 보따리가 커다랗게 보이면 장사가 덜 된 것이고, 작게 보이면 장사가 잘 되었다는 거다.
 종점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한 무리 지나가면 다음 차가 올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럴 때면 누나등에서 작은 소리를 내는 막내.
'엄마 빨리 와, 엄마 빨리 와'
 보따리가 크던 작던 엄마는 우리를 보면 걸음이 달리는 것처럼 빨랐다.
 엄마의 품에서는 세상의 냄새가 묻어있다. 제일 먼저 맡아지는 것은 휘발유 냄새.
버스 엔진통 위에 올려놓은 보따리에서 나는 기름냄새.
엄마와 우리 삼 남매가 모여 앉은 겨울밤에는 호떡이나 고구마를 먹었고, 하루종일 뭘 했는지, 방학숙제는 다 했는지, 일기는 썼는지......

겨울밤은 유난하게 따듯했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늘 노래를 불러줬지.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나는 그 노래를 불렀다.
' 해느 저어우두데 차차 오느 ~~~~ 없어.'

잠이 오지 않는다.
옆 침대에서 장영감님의 불규칙한 숨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하게 거슬린다.
 아직 노래를 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복도가 시끌시끌하다.
  어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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