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를 몰아 쉬기로 했다. 직원들도 모두 6월 6일에 근무하고 7,8,9일을 몰아 놀고 싶어 했다. 대표님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결근을 하고 가거도로 낚시를 떠난다고 했고, 덕분에 나까지 억지 연휴가 주어졌다. 지난가을 베란다를 꽉 채웠던 다육이들을 보내고 나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방치했던 베란다부터 털기 시작했다.
방치는 결국 쓸데없는 것들이 다수이니 미련 없이 버리자 싶었다. 얼추 들어내고 나니 시원스럽다.
항아리 몇 개는 자리만 옮기려는데 욕심이지 싶다.
젠장 도무지 혼자 옮길 수가 없다.
청소만 하기로. 항아리를 닦다가 문득, 이건 엄마의 항아리였는데...... 엄마는 늘 이 항아리에 쌀을 가득 담아놓으셨었다. 엄마가 입원을 하시고 엄마집을 청소하던 중에 베란다 쌀 항아리 쪽에서 바구미가 보였다. 쌀을 퍼 내는데 고무줄에 묶여 잇는 돈과 봉투째 들어 있는 돈들이 나왔다. 바구미가 빻아 놓은 쌀가루 분진처럼 눈앞이 흐려졌다. 내가 짬짬이 드렸던 용돈이었는데 하나도 쓰지 않으신 것이다. 병든 아들에게 갈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으셔서였겠지.
허기가 밀려온다. 라면 물을 올려놓다가 전에 썼던 엄마의 라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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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 내 라면 다섯 개짜리랑 계란 한 판 사다다고... 의아해하는 나를 먼저 피하는 눈길을 내 눈에 먼저 들키셨다.
젊어서는 라면을 느끼하다고 하셨는데, 달걀도 잘 드시지 않으셨는데...
왜? 엄마 라면 싫어하잖아?
아니야 요샌 라면이 제일 맛있어 달걀 넣어 끓이면 더 좋아. 진짜 맛있어? 응. 라면 많이 사지 말고 다섯 개짜리로..
생전 안 드시던 달걀이 맛나다는 말씀에 모자란 딸은 신이 났었더랬다. 들고나는 기억의 조각 속에 든 생존의 방식일 뿐이었는데... 냉장고 안에는 내가 해다 놓은 반찬이 뚜껑도 열려 본 적 없이 곰팡이 슬어 있고... 그래서 내가 열어 보지 못하게 꼭 냉장고 앞에만 앉아 계셨던 건지...... 병원에 있는 아들 가져다 줄 날만 기다리는 반찬통의 수만큼 당신의 기억은 잘려 나가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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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마의 달걀 풀린 텁텁한 국물의라면을, 그리 맛난 것처럼 드시고 힘을 내야만 했던 그 라면이 오늘 나는 싱겁다. 물을 너무 많이 부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