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설날 전날 밤이었다. 결혼한 세 딸들과 사위들이 자주 볼 수 없어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아직 미혼인 조카들과 질녀까지도 콧소리를 내며 아쉬움을 징징댔다. 각자 생활권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명절 전날 오후에 암묵적으로 우리 집으로 모인다.
큰집이고 친정이고 시댁이어서. 모두 18명인 우리 가족. 유쾌하다. 먼저 여행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였으나 남편과 시동생들이 한 목소리로 좋아라 해줬다. 숨 쉴 틈도 없이 남편이 펜션 예약 하겠다 하고, 시동생들이 100만 원씩 내기로 하고, 시누이는 여행의 부족함 없이 보태기로 했다. 5분도 안되어 결정된 여행이 5월 연휴로 잡혔다. 18명이나 되는 우리 가족은 빠짐없이 OK.
5월 3일부터 2박 3일의 보성여행. 애들 고모부께서 귀어촌을 한 곳이어서 여러모로 편하게 놀 수 있었다. 애들이 맞춰 온 보라색 티셔츠로 우리 가족은 보라돌이가 되었다. 가족사진을 찍어 주시던 펜션 주인아저씨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마시고 먹고 놀고 힐링하자.
현수막을 만들어 온 젤 큰언니는 너무 작게 만들었다고 놀림을 받으며 웃고, 준비해 온 게임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버무려졌다. 캐치볼을 준비해 온 야구광인 울 막내 사위와 배드민턴 동호회 출신 막내 시동생의 여러 개의 라켓으로 모두 폴짝폴짝 뛰며 하하 호호. 유일하게 어린이인 시누이의 손자와 함께 올챙이 채집하고 청개구리를 쫒으며. 어린이날 선물로 개구리 한 마리씩 잡아주자며 또 하하 호호. 바비큐 파티를 하며, 시원하게 마시고, 애들이 준비해 온 게임을 하며 마냥 행복했다. 하필 호우주의보가 내렸지만 그 또한 더 즐거운 놀이가 되었던 여행의 한 추억으로 남겨졌다. 오가는 길이 멀기는 했으나 그 시간만큼 설레고 행복했었다는 모두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다. 애들의 톡방이 시끌시끌했듯이 우리들의 톡방도 시끌벅적 지근 했다. 모여라!! 가족 밴드에 올려진 사진과 동영상에 우리의 행복은 다음번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