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모시고 올라오셔요." 며칠 전부터 마을 이장님인 직원이 마을 주민들께서 초복날 마을회관에서 복달음을 한다며 초대를 했다. 마을 입구부터 정갈하고 여름 꽃들이 집집마다 화려했다. 그중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도라지 꽃이었다. 눈이 부신 하얀색과 푸른빛이 돟 정도의 보랏빛은 광채를 내는 듯했다. 경로당도, 청년회도 한 곳에 있었다. 노인도 청년도 함께. 노인회 회장님의 인자하신 웃음으로 들어서는데 이번에는 청년회 회장님이 인사를 하신다. 노인회 회장님이 더 젊어 보이는 걸까? 마을 부녀회에서 차려 놓은 상차림이 화려하다. 자주 뵙던 분들이라 반갑게 맞아주셨다. 우리 공장 윗집 할머니가 옆에 와서 속삭이신다. " 많이 드셩. 먹고 더 드셔. 가져올게"
마을 입구에 사업장을 낸 지 21년째다. 마을의 행사가 있으면 항상 같이 해서였을까. 이무럽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쇠를 다루는 일이라서 소음 문제로 민원이 한 번쯤은 있었을 수도 있었건만 아직까지 아무런 마찰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푸근한 마을 주민의 배려였다. 앞자리에 앉은 전 청년 회장님이 권하시는 낮술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후덕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다가 도라지 꽃밭에 잠시 주저앉았다. 낮술 한잔의 탓일까? 기분 탓일까? 꽃 빛깔에 취해서 이쁘다 이쁘다 연발하는데, 꽃 밭에 주저앉은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호박벌 두어 마리도 튼실한 엉덩이를 내려놓고 천천히 낮 술처럼 꿀을 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