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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l 16. 2024

심술부리다가.

모전여전이라고?

매일 같이 다니는데 오빠내외는 아직도 연애 중인 것 같다. 자상한 오빠의 눈은 언니에게서 거두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연애할 때 내가 전화도 바꿔주지 않아서 약속이 어그러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게 다정한 적 없던 오빠가 올케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40여 년을 살면서도 항상 같은 눈빛이다. 그러고 보니 남동생 둘도 자상하기가 오빠내외 못지않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늘 나만 모자란 애 취급받고 큰 것 같다.
엄마는 왜 그렇게 욕을 입에 달고 산 것인지.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따져 물은 적이 있었다.
애꿎은 방바닥만 벅벅 문대며 기억에 없다고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겠지. 아니다 모르는 척 능청을 떠는 것이었다.

칭찬은 받아보지 못했고, 욕이 일상어였었지.

나는 친정은 있지만 친정엄마는 거부하고 살았다.
오랜 친정살이에 결혼 후에도 나는 늘 위축되어 형제들이 그런 엄마에게 오는 날이면 심술이 났었다.
엄마는 무슨 복이야.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식들 효도 다 받고.

나 역시 엄마의 빈정대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우리들 키울 때에는 방임하고, 무엇하나 흡족한 적이 없이 키워 놓고, 지금 같으면 아동학대에 가까운 육아였다.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 어쩌다 한 번? )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부를 때,
ㅇㅇ아! 밥 먹자 하며 부르는 소리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엄마가 부르기 전에 도망치듯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나를 보는 엄마는 소리 지르듯이 욕을 해댔었다.
염병할 년 밥은 처먹으러 들어오네.
귓불까지 벌게진 나는 그 욕을 들으며 크느라 평균치도 못 되는 키가 늘 불만이었다.

사는 게 그리 힘들었던가. 엄마는.

오빠 내외와 막냇동생이랑 저녁 먹으며 술 한잔 하며 내일 주말인데 뭐 하냐고 물으니 막내 내외는 설악산 대청봉에 갈 거라고 한다.
모임에서 가느냐 물으니 아니란다.
형수님이 둘이 다니는 여행이 최고라고 하셔서 작년부터 둘이만 다니니 막내 올케가 좋아한단다.
 나도 갈까?
 내일 새벽 4시에 출발할 건데 괜찮으면 같이 가요.
그럴까?
어딜 따라가. 각자 다녀.
오빠와 올케의 목소리는 분명한 한 목소리였다.
술잔을 채우며 올케가 한마디 더 내뱉는다.
 엄마 닮기 싫다면서 어찌 이리도 똑 닮았을까?
심술 맞기가 만만치 않아.
그리고 막내는 동서의 의견은 왜 묻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건데?
아니 집사람도 괜찮을 것 같아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숫자 불리느라 애썼구먼. 내 맘 짚어 남의 맘이라고 나는 알 것 같은데 남편인 삼촌은 왜 모르는 척하는고.

 들켰다.

맞다. 올케언니 말이 맞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막내에게 부끄러웠다.
쟤들도 어느덧 갱년기에 접어든 나이가 되었지.
따라가고 싶기도 했지만, 새벽 출발이 가능한지 가늠하다가 올케언니의 말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올케 언니의 예리한 눈에 늘 들키고 만 것이다.
심술부리다 혼이 나는 애처럼 되었다.

엄마를 닮기 싫었다. 너무너무.
앞뒤 없이 아무 데나 끼어들고 눈치 없다고,  남들은 이해하지만 난 엄마의 지독한 심술을 알고 있었다. 

술잔이 다시 채워지고 오빠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거든다.
게으르고 심술 맞았던 엄마를 닮지 마라. 난 엄마 아버지의 반대로 살았다.

에잇.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주 한 모금이 화끈화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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