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랐다. 염병할......
내일 오전으로 수술시간이 잡혔다면서 머리카락을 잘라야 한다고 한다.
경추 2,3,4번을 수술해야 한다고.
귀 옆으로 크게 들리는 바리캉 소리에 어찌나 놀랐는지 목에서 쇳소리가 튀어나왔다.
" 아니, 뒤 쪽만 조금 민다고 하더니 옆머리는 왜 밀어?"
" 에구 환자분 가만히 계세요. 다치세요."
남자는 놀라서 바리캉을 든 손을 후다닥 거둬들인다.
" 수술하시려면 다 깎으셔야 해요.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을 텐데요."
' 그랬나? 뒤에만 조금 미는 줄 알았는데........
아들도 수술할 자리만 민다고 했는데.'
" 할머니, 전체 다 깎으셔야 해요. 위생상 그렇게 하셔야 해요."
옆에서 보고 있던 간병인이 말을 보탠다.
'뭐라고? 빡빡이가 된다고?'
" 안돼. 그럼 위에 머리카락은 한 줌이라도 남겨 놔."
" 안 돼요 깨끗하게 다 깎아야 해요."
남자는 다시 바리캉을 들이민다.
" 싫어. 안 할래. 수술 안 할 거라고."
쉼 없이 머리를 도리질하니 땡깡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는 정수리에 한 줌을 남겨 놓았다고 한다.
간병인이 들으라고 한 마디 던진다.
" 고집도 어지간하시네."
못 들은 척 거울 볼 새도 없이 화장실로 재빠르게 숨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