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쿠폰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빵집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쌩하니 열린 문 사이로 나온다.
마치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다, 응당한 대접을 받듯 당당하게 말이다.
고맙다는 말 따위는 대접받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니, 당연히 인사도 없다.
그리고는 빳빳히 고개를 세워 제 갈 길을 따라 멀어진다.
나는 순간, 아줌마를 따라가 불러 세울 것인가... 잠시 고민한다.
"아줌마, 무슨 매너가 그래요? 문을 열어줬으면, 적어도 고맙단 말은 해야 할 아녜요!!"
아, 그래, 잠시 고민만 할 뿐 그냥 문을 닫고 들어와 빵을 고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가다가 콱 넘어져서 빵이 다 찌그러져라~!!'
심술맞게도 그러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다.
계산을 끝내고,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린다.
저 만치 빵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열린 문 틈으로 먼저 나왔다.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이만하면 크게 밑진 장사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일에 불 같이 화를 낸 내 모습이 새삼스러워 왜 그랬을까...
깊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그런 날들이 점점 많아진 것 같다.
별 일 아닌 일에도 갑자기 온몸이 불 타듯 화르르 신경이 곤두서는 날 말이다.
깜빡이 없이 불쑥 끼어든 차를 향해 짜증스레 '빵~'하고 클락션을 눌러버리는 날.
무뎌진 가위 때문에 헛가위질만 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날.
잘 맞던 신발에 유달리 발이 들어가지 않아 결국엔 벗어 던지는 날.
어찌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고무줄로 대충 묶어버리는 날.
계산대에서 실수 연발하는 초보 캐셔에게 참지 못하고 짜증을 터트리는 날...
아! 정말 싫은데, 이렇게 성질 급하고, 짜증 부리는 아줌마가 되어가나 보다.
지하철을 타면 내 등을 밀치고 달려가 자리에 냉큼 앉던 아줌마.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걸어와 능구렁이처럼 새치기를 하던 아줌마.
에누리에 실패하고서는 가게가 여기 밖에 없나!? 소리치며 획 돌아서던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들...
이제와 눈 흘기던 아줌마들에게 사죄하노니.
그 당혹스런 행동들이 당신들의 진심에서 비롯되었음이 아니란 걸 압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갱년기 호르몬 때문이었겠지요.
당신들도 한때는 수줍음 많고, 예의 바르고, 산뜻하던 때가 있었을 테니...
누구나 다 그런 고비를 넘기는 것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쑥불쑥 억제할 수 없는 이 분함은 내 뜻이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여성(性)이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너는 너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건드리지 마세요.
갱년기 준비 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