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by 마음자리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당돌하게 글을 쓰겠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펼친 것은 바로.. 내일이 휴가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서 내게 휴가 전 날이란, 최대한 밤늦게 잠들고 싶은 날, 그럼에도 심리적인 부담이 깃털만큼도 없는 날. 휴가가 100개 쯤은 되었으면 하는 엉뚱한 소원도 빌어보기도 하고.. 이따금씩은 휴가 당일보다 전날이 더 신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을 바라보며 신나게 일을 헤치우거나, 또는 동기들에게 휴가임을 자랑하는 방식으로.



2.jpg
3.jpg
나만의 아지트와 오늘의 문장.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오늘은 점심시간을 빌어 뼛속까지 내향인인 나를 위해 무언의 시간을 허락했다. 가끔은 적막한 부산에서의 생활을 사랑하는 작가님들의 책을 읽으며 달래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도서관은 회사에서 가장 마음 가는 공간이다. 어떤 책을 담아갈까, 고민하는 것은 익숙한 즐거움이기도 하고.


그렇게 오늘 살포시 앗아온 책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과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 먼저 표지를 들춘 책은 경애의 마음. 상실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의 마음에 대한 책이라는 서평에 이끌려 빌린 책이다. 단단한 사람들이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늘 저리도록 아름답거든. 책의 초입부만 읽고도 나는 상수와 경애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다. 미적지근하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흩어지는 목소리들에 또다른 목소리를 보태는 사람들.


"여지는 삶에 있어 숨구멍 같은 것이었다. 상수는 그런 것이 없는 삶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삶에 여지가 없다면, 그건 정말 팍팍한 것이라고, 그건 정말 잔인한 일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옳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껏 어두운 시선으로 추락하는 밤들에 있어서도 여지는 나를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다. 여지가 실제가 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실낱같은 기대만으로도 새로운 하루를 기약하게 되니까.


그렇게 견뎌내는 마음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마음들에는 나의 작은 목소리를 보태고 싶다. 너를 이해하는 내가 있다고.

작가의 이전글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