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서

아들과 함께

by 자국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은 큰 심리적인 고통을 겪으셨을 것이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되지만 함부로 그런 얘기는 할 수가 없다. 선척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신 분은 어떠실까? 이 또한 함부로 물어봐서는 안 되는 일 같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 된 입장으로도 장애와 관련된 얘기는 힘들다. 왜 힘든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어떤 감정 때문인지도 좀처럼 잡아내기 힘들다.


그에 비해 나의 아들은 적어도 장애와 관련된 감정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아들은 아들만의 세계에 살고 싶을 뿐이다. 그 속에서 맛있게 먹고,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원하는 전부일 것이다. 다른 모두가 그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라도 나의 아들에게 맞는 세상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현재 세상의 테두리와 규칙에 맞추어야 할까?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아들도 남들보다는 좁은 범위지만 작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좁고 작지만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뿐이다.


아들의 세상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할 사람이 필요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도와줄 사람도 필요하며, 감정을 나눌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역할을 할 수도 없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다.


아들은 결코 불행하지 않는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인 나밖에 없다. 나만 행복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 얼마든지 앞으로의 생활을 계획할 수 있다. 항상 결과를 좋게 하는 것은 오히려 탐욕이 될 수 있다. 그냥 아들을 지켜주고 행복한 요소를 조금씩 늘리면 될 일로 보인다. 다만 이대로 살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고 약간의 변화만 줘 보자. 아들이 원하는 것도 그에 따라 조금씩 바뀔 수도 있다.


아들의 세상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노력해보고 싶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나의 기억도 희미해지는 게 느껴진다. 좀 더 신경 써서 아들의 사진도 남기고 여러 흔적을 남겨야 할 것 같다. 당장 5년만 지나도 또 많은 게 바뀌겠지만 모든 게 뭉개지고 어눌해지지 않도록 더 늙기 전에 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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