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퀴어, 이렇게 함께 살아가요_퀴어(3)


    발걸음을 재촉하고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추위가 거리를 한가득 메우는 날씨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팀 유니버스가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낮에는 땀을 뻘뻘 흘리곤 했는데, 어느새 종강을 앞두고 있네요. 여러분의 이번 학기는 어떠셨나요? 팀 유니버스는 더 나은 학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답니다. 정말 부단히도요!     


    첫 번째 에세이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에서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용어들을 밝혔습니다. 퀴어의 존재를 지우지 못해 안달이 난 세상 속에서, 퀴어들에게는 본인을 설명할 언어를 제공하고 비퀴어들에게는 공존의 가치를 일깨워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두 번째 에세이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가요? 시럽, 블랑카, 피로는 가상 인물이 아니라는 것. 당신 옆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퀴어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 역시도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무진 애쓰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학기 동안 팀 유니버스는 숨겨지고 왜곡됐던 퀴어들의 이야기를 조명해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팀 유니버스보다도 이미 한 발짝 앞서 나간 이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에세이에서는 일찍이부터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의 행보를 소개하려 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발자취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뉴닉(NEWNEEK)의 레인보우 가이드

뉴닉의 레인보우 가이드 ⓒ뉴닉 홈페이지 캡처

    뉴닉은 2018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평일 아침마다 약 39만 명의 구독자에게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는데요. 읽기 쉬운 대화체로 구성한 데다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기성 언론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사회 초년생들이 뉴스에 대해 느끼던 거리감을 줄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뉴닉은 자체 내규 뉴닉 레인보우 가이드를 통해 사내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일부 들여다보면,


- 성정체성, 성별, 성적지향 등과 관계없이 서로 존중하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

- 성폭력성소수자 혐오 발언 등이 발생할 경우 공식적으로 문제를 알리고, 모두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 가지기

- 상대방의 정체성을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남자친구/여자친구보다는 애인/데이트 상대/만나는 분‘ 등의 중립적 용어 사용하기 

- “주말인데 데이트 해야지.” 등 지나치게 유로맨틱유성애 중심적인 발언 지양하기

- 채용 시 이름, 성별, 키, 몸무게, 사진 등 업무와 무관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 회사 안에서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거나 불쾌한 경험을 겪었을 때 이를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절차와 소통 담당자 마련

- 정체성과 무관하게 결혼 후 신혼여행 휴가 사용 가능


등이 있습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에서 그대로 사용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데요. 나다운 모습을 오롯이 드러내도 안전한 회사라니! 일할 맛나겠는데요? 실제로 성별·인종·민족·성적지향·성정체성 등 직원의 다양성에 신경 쓰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이익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맥킨지의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레인보우 가이드는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따로 지침을 만들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ㅎㅎ



영국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     

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서 ’퀴어업 2019-#너는너야‘ 캠페인을 진행한 LUSH ⓒ러쉬코리아 홈페이지


    영국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를 아시나요? 바디스프레이, 배쓰밤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다채로운 향기로 유명해서 저도 애용하는 브랜드인데요. 최소한의 포장재를 사용하고, 베지테리언 원료를 사용하며 동물 실험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등 윤리적인 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쉬가 퀴어 인권 신장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러쉬는 매년 뉴욕·런던·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는 LGBT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GayIsOk’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Gay Is Ok’라고 적힌 금빛 비누를 판매해 약 4억 6천만원의 수익금을 LGBT 단체에 전달했습니다. 또 2016년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차별 없이 누구나 매장 직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핑크이력서’를 접수 받기도 했고요. 2019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퀴어업 2019-#너는너야‘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퀴어와의 공존을 생각하는 러쉬의 행보를 보면 돈쭐(?) 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나요?    


그 외에도 무궁무진하답니다.


    구글에는 성소수자 지지모임 게이글러스(gayglers)가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에는 2014년 처음 만들어졌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관련 강연을 열고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 게이글러스의 공동대표 정김경숙 전무는 2018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이슈를 접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요.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수천 개의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나스닥(NASDAQ). 지난 해 나스닥 최고경영자 아데나 프리드먼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재무 성과와 관련이 있다”며 상장 기업들은 이사진에 여성과 성소수자(또는 소수 인종)를 각각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는데요. 이는 지난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 시행될 예정입니다. 나스닥 상장사는 이사들의 성별과 인종을 공개한 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하네요.     



퀴어들의 삶은 계속된다어쩌구저쩌구


    어떤가요?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는 않으신가요? 더 이상 이게 놀랍지 않은 세상이 하루 빨리 도래해야 할 텐데 말이죠! 팀 유니버스가 남긴 에세이들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그날이 말입니다!     


    팀 유니버스의 퀴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지향성을 지니고 고군분투하는 퀴어들의 삶은 계속됩니다어쩌구저쩌구. 너무 상투적인 말이라 굳이 제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죠? 지금까지 세 편의 에세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퀴어 독자 여러분에게는 미약하게나마 연대의 감정을, 그리고 비퀴어 독자 여러분에게는 인식의 틀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길 빌어요. 그럼 우리 더 나은 미래에서 만납시다! Fin.


작가의 이전글 육식과 채식 사이: 비건 인터뷰_비건(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