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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을 무너뜨리는 사람들_장애(3)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서배공을 만나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인근인 샤로수길 상점 300여 곳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현황을 전수조사한 단체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서배공)인데요. 서배공의 김지우 대표(서울대 사회학과 20)은 말합니다. 누구나 선호와 취향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한다고요. 장애 인권 의제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았던, 혹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를 가로막았던 장벽을 조금씩 무너뜨려나가고 있는 서배공에게 서울대 내의 배리어프리 현황을 물었습니다.


(* 배리어프리: 고령자나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는 운동 혹은 그러한 상태)


Q. 서배공의 활동은 어떤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시작됐나요?


A. 저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학생인데, 학교 생활 중 회식이나 행사를 할 때 의도치않게 배제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학교 인근의 샤로수길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없어서 회식장소를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실 학교 생활에는 학습도 있지만 학교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인데, 장애학생에게는 그 절반이 날아가게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조차도 모임을 할 때, 나 때문에 못 가는 식당들이 많으니까 장소를 내가 정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장소를 찾고 메뉴를 정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 적잖은 일이잖아요. 그리고 만약 그 장소를 갔는데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려우면 문제가 생기는 거고, 그 부담감은 장애학생이 떠맡게 되는 거고. 그래서 혼자 찾아보지 않아도 이 곳을 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지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현장 전수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또 지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접근하기 어려운 식당들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지도 제작과 경사로 설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저희가 밀고 있는 문구가 ‘누구나 선호와 취향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한다’에요.


Q. 서배공의 현재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금 당장 서배공, 차별의 장벽을 허물자’라는게 저희의 미션이자 비전입니다. 다른 단체와 달리 서배공만의 특성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내부에서 많이 했는데, 저희 피부로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을 설치하고 만드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는 실행력이 그 특성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당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현재 활동은 학외의 배리어프리 사업과 학내 배리어프리 보장으로, 크게 두가지로 진행하고 있어요. 지도 사업이나 경사로 사업, 업주 인식 개선 등이 학외의 배리어프리 사업이라면, 학내의 학생사회 인식개선까지 하는 것이 학내 배리어프리 보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만들자’라는 걸 바탕으로, 크게 2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배리어프리 사업을 하면서 재미있던 일화나 속상했던 일들이 있나요?


A. 정말 많은 활동과 현장조사를 하면서 자주 만났어요. 사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처음 현장조사를 할 때는 줄자를 들고다니면서 하나하나 체크를 했는데, 많이 하다보니까 눈대중으로 봐도 몇 센치인지 금방 파악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인간 줄자가 다 됐다.(웃음)


    속상했던 일은 경사로 설치 때가 생각이 나요. 저희의 경사로 설치 사업은 업주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도록 신청도 저희가 해주고 예산도 지원을 하고, 설치 시간도 몇 시간 정도로 길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업주들이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을리 없다고 어찌보면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샤로수길에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는 상점 50곳을 미리 알아놓은 상황이었는데, 방문과 설득을 해서 5곳만 승낙을 하신거에요. 거절하실 때의 말씀이 기억나는게, ‘저희 가게엔 그런 사람들 안와요’라는 말이었어요. 사실 인과가 반대로 된거잖아요. 경사로가 없으니 장애인이 오지 않는건데, 장애인이 안 오니 경사로 설치가 필요 없다는 건 말이 안되니까. 그런데 그 5곳마저 건물주가 반대해서 결국 흐지부지됐어요. 


    그래도 거기서 안되겠다 하고 끝난 건 아니에요. 이후에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제휴를 맺어 협상을 다시 하면서 16곳에 경사로를 설치한 상황이고, 먼저 경사로 설치를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는 업주 분도 계세요. 분명 속상한 경험이었지만 아예 실패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서울대 내의 배리어프리 현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서울대학교는 장애학생 교육 면에 있어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는 저상 셔틀버스가 단 한 대도 없고, 장애학생 이동지원 차량도 1대만 있는 상황이에요. 저상 셔틀버스가 없다면 이동지원 차량이라도 많아서 개개인별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거죠. 장애인권동아리 위디에서 학내 키오스크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학내의 거의 모든 키오스크가 휠체어 이용 학우나 시각장애인 학우들은 접근할 수 없는 형태로 되어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학내의 배리어프리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서울대 내의 장애인권 의제는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요?


A. 다른 학교와 견주었을 때, 서울대학교는 장애 의제를 집중해서 다루는 위원회조차도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학소위(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포괄하고 있지만, 학소위는 다른 현안을 다루는 데에도 많은 인력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장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단체는 거의 없는 거죠. 장애인권 관련해 설문조사를 부탁하거나 성명을 내달라고 할 때 이름을 가진 단체가 아직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데, 사회학과 이외에서 학과 공지를 진행할 때 대체텍스트 등을 첨부해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경우를 많이 본 적이 없어요. 학생사회 내에서 장애인권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 대체텍스트: 시각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위한 방법. 웹 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글이나 문구)


Q. 물리적인 환경을 넘어서 배리어프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실천돼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물리적인 배리어프리를 넘어 인식 차원의 배리어프리가 정말 중요해요. 저희도 그런 차원의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요. 장애인권 논의는 ‘불쌍한 사람이니까 도와줘야지’ 식의 시혜와 동정이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팀원 논의를 할 때에도 ‘우리의 원동력은 시혜와 동정이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해요. 그게 정말 중요한 문제에요.


    업주 인식 개선이나 학내 인식 개선을 위해 가이드라인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배리어프리를 실천하는 방법은 모두 아는데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배리어프리를 보장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불쌍한 사람이니 해주세요’가 아니라 ‘(배리어프리 보장이) 가능한 일이니까 함께 지켜주세요’가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사업도 유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인 배리어프리와 인식 개선은 상호 연결돼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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