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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장애인식변화는 현재진행 중인가요?_장애(2)

“ ‘휠체어를 탄 공주는 블랙베리를 따는 게 힘들 거야.’
블랙베리 숲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살짝 웃었다.
‘뭐야, 휠체어를 탄 공주라니. 그런 공주는 이 세상에 없어!’ ”     



    이는 책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의 저자 어맨다 레덕이 장애와 동화의 관계, 동화가 묘사하는 장애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끌어 책을 쓰도록 이끈 구절입니다. 우리는 휠체어 탄 공주를 상상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동화 속 공주는 대부분 장애가 없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동화에는 장애가 없는 인물만 등장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목발 짚은 마녀나 『해리 포터』의 악당, 얼굴이 변형된 볼드모트와 같이 동화 속에서 장애는 악당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이 장애를 가질 때면, 대부분 결말에 이르러 마법의 힘으로 극복되거나 주인공의 노력으로 사라지는 극적인 장치로 기능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동화 속 행복한 결말의 전제는 ‘완전무결한 신체’이며, 장애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소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휠체어 탄 공주를 상상한 경험이 있나요?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무엇이 그러한 상상을 막았을까요? 우리의 상상을 가로막았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알아봄으로써,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인간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 또한 너무나도 다채롭고 복잡합니다. 그러한 점은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읽은 책에서, 우리가 본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듣는 음악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사회는 장애를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보여주고, 때론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장애는 약점이며 극복해야 할 무언가로만 비추곤 합니다. 마치 동화의 중간에 장애를 삽입함으로써 동화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부여하고, 그들의 임무 수행을 더욱 영웅처럼 비추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한 이유로 오늘날 비장애인들에게 ‘장애’라는 개념은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감동 포르노’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애 활동가 스텔라영은 장애인의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감동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감동 포르노’라고 명명했습니다. 탄소섬유 다리를 착용해 열심히 뛰는 운동선수나, 두 팔이 없지만 입으로 붓을 물어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보고 ‘장애인인데도~’라는 말과 함께 그들을 통해 왜곡된 동기부여를 얻으려는 행위는 ‘감동 포르노’의 한 단면입니다.


    발달장애인의 합창을 ‘천사의 하모니’라고 칭송하는 행위, 패럴림픽을 ‘인간승리’라고 칭송하는 행위와 같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행위를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가해지는 동정이 장애인의 행동을 왜곡하고 불공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사회에서 동등하게 살기 어렵게 만드는 고정관념은 이뿐만 아닙니다. 장애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착하고 순진하다’라는 편견은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하등하거나, 비장애인과 다른 존재로 비춥니다. 장애인을 인생을 일궈나가는 한 개인이 아닌, ‘착하고 순진’ 해야 하는 존재로 만드는 편견에 불과한 것입니다. 장애인을 약자로 바라보는 관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이 문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해 무조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행동은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한정시킵니다.     

 

     비장애인이 갖는 장애에 대한 인식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은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애에 대해 무의식적인 차별 표현이 만연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가 ‘선의’라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장애 인식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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