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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Apr 15. 2023

우리 사회의 귀중한 보물 새내기 공무원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새내기 공무원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보물이다.

그런데 요사이 MZ세대 새내기공무원들의 퇴직률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몇십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 다들 힘들게 공무원이 되었을 터이다.

희망에 넘쳐있어야 할 사회 초년생들을 진득하니 일할 수 없게 만든 그 사정들이 궁금했다.

그러던 차 하사관이라고 밝힌 청년의 실수령액이 고작 170만 원 이라며 푸념하는 기사를 봤다.



68만 원 수준이병장의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며 정치권에서 서로 사이좋게 공약까지 한 마당이라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알바만 해도 일당이 얼만데 설마 하니 우리나라 직업군인이 저런 대접을 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런데 국방부의 해명성자료가 떴길래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매월 25일 자에 추가로 지급하는 이런저런 수당을 합치면 최저임금 수준은 된다는 항변이었다.

뭐야 이거! 그럼 진짜라는 거야, 요즘 세상에  정도의 수입으로 대체 결혼은 하라는 거야, 하지 마라는 거야?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를 못하는 성미인지라 그놈의 오지랖이 또 발동했다.

브런치의 돋보기 창으로 들어가서 공무원 월급을 쳐보았다.

세상에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쌓여있던 어마무시한 울분의 글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하사관뿐만이 아니었다.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슬픈 청춘들은 교육 현장에도 있었고 경찰직 소방직 할 것 없이 우리나라의 모든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의 총체적인 현실이었다.


야근 수당에 이것저것 자잘한 수당들을 다 합쳐봐도 5년 차에 접어든 8급 국가직공무원의 실 수령액이 고작 이백만 원 언저리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일 년에 두 번나오는 명절수당이 보너스랍시고 본봉의 60% 수준이고, 연초에 한번 나오는 복지 포인트는 저 홀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실정이란다.

그나마의 강력한 메리트로 여겨지던 공무원연금조차도 2016년 제2차 개혁 이후의 해당자들은 국민연금과 별반 차이 없는 용돈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공무원을 우러러보던 그동안의 편견이 무색한 지경이 돼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부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생각이상으로 깊고도 질겨서 다들 이 난처한 주제에 개입하기를 꺼려한다는 사실이다.

비호감도가 거의 국회의원 수준인지라 공무원을 두둔했다가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감수할 판국이었다.

철밥통들이 어쩌고 저렇고 공무원들에 대한 반응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이 모든 편견들은 적어도 8.9급 최말단 공무원들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구세대의 철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 어렵사리 공무원이 된 새내기 공무원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명문대출신으로서 엄청 똑똑하다.

그리고 법령이나 규칙에 어긋난 지시사항이라면 심지어는 구청장의 지시마저도 씹어먹을 정도로 업무에 대한 자존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요사이 신세대 MZ공무원들이 주무관으로 등장한 이후 뇌물 같은 뒷돈이 통용되지 않는 새로운 풍속도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행정현장에서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설픈 물리주의자가 이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 너무나도 비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서 정의하는 슬픈 청춘의 대상을 엄격하게 한정 지을 필요가 있겠다.

2016년 공무원연금 2차 개혁 이후 새롭게 공무원이 된 최말단 8,9급 공무원들이 그 대상이다.

잘은 모르지만 그 전의 입직자들은 연차에 따라서 호봉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럭저럭 어려운 고비들을 지나왔을 테고 또 퇴직 후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든든한 공무원연금의 수혜자들일테니 말이다.


똑똑하고 능력 있고 자존심 강한 새내기 8,9급 공무원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처지가 가난한 개발도상국이라 선진국이 될 때까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했다면 쾌히 동참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우린 국민소득 3만 불을 돌파한 세계 10위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처지라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는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억 대의 연봉자들이 부지기수로 늘려있으니 상대적인 박탈감도 만만치 않을 터이다.

그나마의 장점이라면 철밥통 하나만 남았을 뿐이지만.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과학적으로 한번 따져나 봤으면 한다.

그간의 사정을 돌이켜 보면 어렴풋이나마 짐작은 간다.

추정컨대 스텝이 꼬여버린 것이다.  

87년 민주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기업이나 공무원이나 공기업이나 임금 수준이 거진 엇비슷했으리라 짐작된다.

누군들 가만히 있는데 임금을 팍팍 올려주었을까 마는 국민들이 피땀 흘려 쟁취한 대통령직선제 이후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대기업생산직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한 임금인상 투쟁이 들불처럼 일어났을 때 공무원만 빼고 해마다 가파른 임금인상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대규모의 노조가 있는 생산직을 일컬어서 사무직도 부러워한다는 킹산직이라 하지 않던가!

이즈음 공기업들도 덩달아서 은근슬쩍 시류에 편승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입신의 경지라 할 수 있는 신의 직장(대기업연봉+공무원철밥통)이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도 시류에 편승할 수 없었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리하여 한쪽은 킹산직과 신의 직장이 되었지만 또 다른 우리의 슬픈 청춘들은 근근이 최저임금의 수준을 오르내리는 공기업의 중소기업으로 전락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이런 비과학적인 현상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책입안자들이 있다면 역으로 되묻고 싶다.

정녕 8,9급 말단공무원들의 급여로서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입안자들, 구체적으로 행안부나 기재부의 고위공무원들 그리고 예산심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들 또 장차관을 위시하여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의 아이들이 거의 매일밤 야근을 하면서도 고작 200만 원 언저리의 월급을 받는다고 했을 때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결혼하여 아이 낳고 살 수 있다고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결혼적령기에 이른 청춘들이라면 결혼을 꿈꿀 정도는 되어야 정상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무슨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도 아닐진대 세계 10위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이건 좀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딱 세 가지만 지적해 보겠다.  


첫째, 대통령도 하루 세끼를 먹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말단공무원과 대통령의 급여차이가 무려 열 배라면 이건 뭐 거의 90도 급경사 수준이다. 

새내기들은 겨우 굶지 않을 정도의 인색함을 보이다가도 최상위 구간으로 갈수록 비정상적으로 풍족해지는 전근대적인 구조다.

갓 공무원이 된 새내기들은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꺾여버리거나 잔인한 최저 구간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기도하며 인내하는 것 중 선택을 강요받은 구조다.

암만 생각해 봐도 최고와 최저 구간의 차이가 3∼4배라면 모를까 열 배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이러한 급경사 구조를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 가령 기울기의 각도를 30도가량으로 재조정하여 구간의 경사도를 완만하게 한다면 국가재정의 큰 부담 없이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국가 중추역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새내기공무원들도 진득하니 일할맛이 나게끔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도 월 200만 원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새내기 말단 공무원들의 실수령액이 이것저것을 다 합쳐봐야 겨우 200만 원이라면 야근을 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 된다.

새내기 공무원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타당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삼만 불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10위의 선진국이라더니!

청빈한 생활은 공직자의 본분이라서?

그래도 그렇지 결혼적령기의 청춘들이 결혼은 해야 될 것이 아닌가!

국가예산 사정상 그렇게밖에는 할 수가 없다고?

거참! 했던 말 자꾸 반복하게 만드는데 세계 10위의 부자국가라며!

말단공무원의 급여가 박봉이란 사실을 모르고 공무원이 되었느냐고?

사실 이 말은 우리의 슬픈 청춘들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잔인한 질문처럼 보인다.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까지 박봉일줄은 몰랐을 것 같다.


셋째, 사기업에서 억대의 연봉을 주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할 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현실은 대부분 적자투성이에 막대한 국민혈세로 유지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같은 세금으로 녹봉을 받는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입사 5년 차 기준의 두 집단비교했을 때 상식적으로 50% 내외의 임금격차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테다.

하지만 두 배는 기본이고 심하게는 세 배 가까이나 격차가 난다면 이것을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음이다.  


이제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구세대 공무원들에 대한 일체의 편견을 내려놓고 과학적으로 한번 접근해 보자.

뭘 엄청나게 많은 혜택을 주자는 말이 아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우리의 슬픈 청춘들이 결혼이라도 꿈꿀 수 있게끔 그동안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예산사정상 한꺼번에 정상화를 도모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다행히 말년병장의 월급이 대통령공약의 딱 절반인 10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고 한다.

선거당시에 비해서 47.9%의 인상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당연히 하사관들도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설마 하니? 말도 안 되는 방정스런 상상은 하지 않으련다.

그렇잖아도 국방부는 생활이 몹시 어렵다는 하사관의 하소연에 답하면서 부사관의 처우개선을 중점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럼 그렇지! 공연히 부사관들만 쏙 빼먹는 해괴망측한 상상을 할뻔했다.


일반 병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조만간 동율의 인상폭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생활이 어렵다며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공개했던 하사관의 실수령액도 170만 원에서 240만 원 언저리로 인상될 것으로 보아진다.

여기서 열심히 야근도 하면서 이런저런 수당을 모두 합친다면 270만 원 이쪽저쪽은 될 것 같은데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결혼에 대한 꿈이라도 꿀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의 마음이란 것도 최소한의 생활대책이 마련된 이후에나 가능한 개념이다.

8,9급 새내기 공무원들의 노동강도로 볼 때 이 정도의 금액조차도 사실은 대단히 초라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 표정 없는 그들의 얼굴에 미소라도 띄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공약까지 한 마당이니 없던 일처럼 슬그머니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다.

국가의 예산사정을 보아가면서 차차 병장월급 200만 원 시대가 도래하게 될 테고 그때가 되면 하사관들뿐만 아니라 새내기 공무원들의 급여 수준도 온전하게 정상화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결혼조차 꿈꾸지 못하는 슬픈 청춘들의 미소라도 찾아주는 것이 우리네 기성세대의 인간적인 도리가 아닐까?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정답이 보이는 법이거늘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야박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인구절벽의 문제를 해소한다면서 이민청의 설립을 고려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혀를 찼을법한 국민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었성싶다.

제발 그런 고리타분한 아이디어를 연구할 시간에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픈 청춘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시라!

훨씬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인구절벽 타개 정책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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