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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황금기를 시작하며

by 맥도강

12 간지를 다섯 번 반복하면 환갑이 된다는데 난생처음 해돋이 행사와 육 십년지기의 고추친구들과 조촐한 여행을 계획할 정도로 확실히 예사롭지 않은 해다.

언뜻언뜻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늙어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 마을청년회에 소속되어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배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부쩍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말로만 떠들썩했던 우리 마을의 공영개발계획이 가시권에 들어와 잘하면 본전 웬만하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말만고 탈 많은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누가 맡아도 감당해야 할 일이기에 마지못해서 떠맡기는 하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신 맡아줄 사람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냅다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인생의 시기를 몇 토막으로 나누어볼 때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지금이야말로 가장 원숙하게 난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알맞은 시기인 것 같다.

보상금을 수령하고 토지를 수용당하는 우리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두루두루 옆과 뒤도 돌아보면서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만큼만 하려고 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의 힘이 지배하는 평상심의 위력은 길을 걸어가다가 중간에 걸림돌이 나타났을 때 그것과 맞서는 방식의 차이에서 확연하게 달라진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차라리 느긋하게 둘러서 갈 수 있는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의 힘이랄까.

해넘이 전문카페에서 신년 해돋이행사를 한답시고 요란법석을 떨었던 아쉬움을 달래고자 설날 새벽을 맞이하여 이번에도 온 가족을 이끌고 가덕도 연대봉을 찾았다.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배기까지는 새벽찬바람을 맞으며 이십여분을 더 올라가야 했고 가장의 등쌀에 억지로 끌려 나온 아이들의 발걸음이 천금만금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일출을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이들마저 뒤처지게 하면서 잰걸음으로 팔각정에 올랐지만 기대했던 일출의 감동은 지평선을 가린 짙은 구름으로 딱 20%가 부족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12 지간의 첫해에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다음날 새벽 우리 부부는 기어이 연대봉 정상에서 온전한 일출을 감상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 돌아오는 다음 12 지간까지가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의 황금기가 될 것 같다. 그때까지 정말 후회 없이 한번 열심히 살아보자.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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