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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12)

독도전쟁 5

by 맥도강

포항에서 출동하여 한 시간 삼십 분을 날아온 마리온은 기관총 2정과 완전무장한 해병대원 여덟 명씩 타고 있었다.

두 대의 마리온은 사격명령을 기다리며 지상의 여기저기를 탐문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세 대는 갑자기 절벽아래 어디론 가 사라졌다.


다음순간 흑군파의 시야를 완전히 벗어난 마리온 세 대가 선착장 상공에 나타났다.

공중 8미터 상공에서 마리온이 호버링 자세를 유지하자 순식간에 해병대원들의 헬기레펠이 시작됐다.

마리온의 공격에 대비하여 지상에서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던 흑군파들은 고노 간사의 총소리를 시작으로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선회비행 중이던 두 대의 마리온을 겨냥한 집중 사격은 그다지 효과적인 공격은 못되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방식이었다.

“타 타 타 타…”


바닷가 선착장으로 하강했던 해병대원들이 어느새 정상으로 올라왔다.

초소와 지장물의 요소요소에 매복해 있던 흑군파를 빠른 속도로 격파하면서 경비대숙소 건물을 둘러쌌다.

상공을 배회하던 마리온 두 대가 경비대숙소 옥상에서 호버링을 하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해병대원들의 헬기레펠이 끝나 버렸다.

건물 옥상의 해병대원들이 아래로 던진 연막탄들이 쉴 새 없이 창문으로 날아드는 순간 지상의 해병대원들은 네 명의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인질이라는 장애물이 사라지자 경비대 창문을 향해서 무차별적인 사격이 가해졌다.

흑군파의 총소리가 다소간 무뎌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우후죽순으로 연막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뿌연 연기 때문에 건물내부의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자 극심한 적막감이 흘렀다.

찰나의 적막감은 옥상의 해병대원들이 일제히 줄에 미끄러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단 한번 만에 창문을 박차고 뛰어들면서 집중사격을 가했다.

연막탄의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을 때 다시금 고요가 찾아왔지만 흑군파 잔당들의 처참한 죽음도 함께 목격되었다.


유 소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때 아직도 숨을 쉬고 있던 흑군파는 고노 간사 한 명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륙 미터쯤 떨어진 지점에서 고노 간사를 바라보던 또 다른 흑군파의 숨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으니 생존자는 두 명이었다.

온몸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서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그의 이마에 부착된 카메라는 고노 간사의 마지막 죽음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중이다.

희미하게 뜬 눈으로 힘겹게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 자신에게 부여된 마지막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의 흔적인 듯했다.


고노 간사는 다리와 복부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서도 자동소총을 집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며 유 소령을 응시했다.

해병대원들이 사격자세로 다가가는 그 순간에도 고노 간사는 기어이 발사자세를 취하려고 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발사된 단 한 발의 총탄이 그의 가슴 정면을 향했다.

이 한 발의 총탄으로 독도를 침범한 흑군파는 완전히 소탕되었다.

하지만 고노 간사의 마지막 숨통을 끊은 이 장면은 일본열도를 한국에 대한 집단 증오심으로 들끓게 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남은 시각은 단 십분 남짓,

유 소령은 신속하게 방어 작전에 들어갔지만 현실적으로 F2지대공 전투기들을 마리온으로 대항한다는 것은 타당한 작전이 아니었다.

그리고 독도의 지형구조상 지상의 해병대원으로는 지대공 전투기들의 지상폭격 시 사실상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좌고우면은 무의미한 시간낭비일 뿐 오직 해병정신으로 장렬히 싸우는 방법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독도를 점령했던 일본 흑군파 잔당을 전원 사살하고 민간인 네 명도 무사히 구조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청와대 신청사의 지하벙크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현재의 독도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NSC위원들의 짧은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곧 이어질 다음 상황 앞에서는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국가안보실의 최 실장과 국방부장관이 대통령을 에워싼 채 긴장된 눈빛으로 서 있었고, 다른 위원들은 초조한 기색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일 간의 독도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전력은 미 항공모함에 가로막힌 채 꿈쩍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거대한 거인이 심판을 본답시고 우리 측의 손발만 묶어둔 채 상대 선수의 자유로운 공격 앞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꼴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청와대 신청사 지하벙크의 벽시계는 아홉 시 이십 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곧 규슈 기지에서 발진한 F2 편대가 독도상공으로 날아 들것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우리의 전투기와 군함은 미항공모함에 가로막혀서 꼼작도 하지 못하는 피를 말리는 상황이었다.

적막감이 감도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을 새롭게 정의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해답도 나올 수 없었다.


이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만이 남았다.

지하벙크에 모여 있던 NSC위원들로부터 모종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결단은 계속 미뤄지고 있었다.

충혈된 눈으로 벽시계를 바라보던 대통령이 부릅뜬 입술을 깨어 물었다.


미항공모함이 한국군의 독도이동을 철통같이 가로막고 있던 사이,

일본은 전투기와 자위대특공대를 태운 잠수함에 이지스함까지 총동원하여 이제 오 분 남짓이면 독도의 공해상에 나타날 것이다.

사십 명의 해병대원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폭탄 속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어떤 경우에도 변할 수 없는 대명제는 있었지만 이 둘은 지금 상충되고 있었다.

추오도 일본에는 굴복할 수 없다는 것과 우리 땅 독도를 지키려는 사십 명의 해병대원을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던지 간에 이판사판으로 우리의 해, 공군 전력이 전속력으로 진격해 들어가야 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미 항공모함을 뚫고 지나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자칫하면 일본과 맞붙기도 전에 미국과 먼저 일전을 치러야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해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 어떤 결단도 유보한 채 머뭇거리던 대통령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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