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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13)

독도전쟁 6

by 맥도강

바로 그때였다.

개통된 지 십 년이 넘도록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어 구석자리에 형식적으로만 놓여있던 검정색 구식모양의 서울 평양 정상 간 직통전화기가 울렸다.

“띠리렁 띠리링”

정 위원장과 민 대통령은 형식적인 인사말도 없이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비장감이 묻어났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대통령이 전화기를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도 지하벙크 안에서 숨죽이던 NSC위원들은 두 정상 간에 교감된 통화 내용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팽팽한 정적감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오직 한 사람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대통령은 이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벽시계를 바라봤다.

대통령이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을 때 얼마 후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동시에 보고가 올라왔다.

북한에서 발사된 북극성 3호가 일본 동북지역 상공을 지나서 홋카이도 동쪽으로부터 2000Km 떨어진 태평양 어느 지점의 작은 돌섬 하나를 정확히 명중시켰다는 보고였다.


일본을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경고가 분명했지만 이 정도에서 일본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백악관이었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즉각적인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칫 남북한이 공동으로 일본과 전면전을 치를 수도 있는 이 급작스런 상황에 미국의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한편을 먹고서 남북한을 상대로 싸운다면 그 자체로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 여부에 따라서는 자칫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동북아시아의 진흙탕싸움이 미국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어 백악관은 크게 당황했다.


이 시각 F2 편대는 독도 상공에 나타났고 마리온과의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분명 무기체계로 보아서는 마리온이 상대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온은 이미 수십 차례의 반복된 독도방어 훈련으로 지형지물을 활용한 신속한 공수 전환이 가능했고, 그 능력은 독도방어에 최적화된 상태였다.

금방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하는 마리온은 F2 편대 조종사들에겐 마치 귀신과 싸우는 것처럼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다.

공중전이 시작된 지 삼십 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리온 두 대가 격추되지 않고 장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독도를 지척에 두고서도 미 항공모함에 발목이 잡힌 우리의 전력은 여전히 공해상을 빙빙 돌면서 하염없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자위대의 전력은 마치 독도가 자신들의 영역인 냥 자유롭게 활기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F2 편대가 마리온을 상대로 힘겨운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을 때 F15J 열개 편대는 한국 공군과의 전면전에 대비하여 맘껏 기선을 제압했다.

마치 유유자적 하늘높이 나는 독수리들처럼 우렁찬 굉음소리를 내면서 독도상공을 위협비행하고 있었다.


드디어 2개 소대 병력의 자위대 특공대를 태운 잠수함 두 척이 동도선착장으로 들어왔다.

이들의 작전 목표는 이미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한국 해병대를 격퇴하고 다케시마를 탈환하는 것이다.

그들의 배후는 아타고급 이지스함 두 척이 독도근방까지 접근하여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었다.

이제 일본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독도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 총력전의 태세였다.


마리온 세 대가 격추되었다는 유 소령의 보고는 즉각 지하벙크로 전달되었고, 대통령의 두 주먹은 책상 위에서 꽉 쥐어진 채 시뻘겋게 변색되었다.

대통령 앞에 선 국방부장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보고를 이어 나갔다.

“대통령님! 마리온 두 대가 F2 편대를 상대로 아직까지도 버티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더 이상의 독도수호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북극성 3호가 일본 동북지역의 상공을 위협한 상황에서도 저들을 중단시킬 수 없었다면 대체 더 이상 무슨 특단의 대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 지하 벙커의 분위기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압도되고 있었다.


이때였다,

또다시 상황실의 검정색 직통전화기가 울렸다.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이 같은 대화파트너인 국정원장에게 지금 이 시각의 독도 상황을 물었다.

“우리 측의 상륙기동 헬기 두 대가 아직까지 자위대의 F2 편대를 상대로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만 더는 버티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나머지 전력은 미항공모함에 가로막혀서 일보도 전진을 못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 놈하고 일본 놈이 한패를 먹고서 우리 민족의 국토를 약탈하고 있는데 남조선 당국에서는 방안이 없었어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이지요!”

“아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이 그 말이지 않습니까?

민족의 국토가 유린되는 마당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까부수고 들어가야지 대체 남조선당국의 대응이 왜 그 모양입니까?

미국 놈들이 겁이 나서 오줌이라도 지린단 말입니까!

남조선 대통령 바꾸시라요! 우리 위원장 동지께서 하실 말씀이 계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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