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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고려연방 (14)

독도전쟁 7

by 맥도강

국정원장이 건네는 수화기를 대통령이 받아 들자 통일전선부장을 질책하는 정 위원장의 목소리부터 들여왔다.

“이 와중에 웬 쓸데없는 소리를!”

잠시 후 착 가라앉은 정 위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통령님! 일본 놈들에게 우리의 국토를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부득이 이제는 비상무력을 동원해야 갔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공화국이 그동안 무수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핵무력을 지켜왔던 것은 바로 이런 날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외세로부터 우리 민족의 영토를 사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이 말입니다!”

정 위원장의 목소리에는 이미 결심이 섰다는 듯 돌이킬 수 없는 비장감이 묻어났고, 민 대통령은 정 위원장이 결행하려는 중대 사건을 충분히 예감하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그럼 대통령님께서도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상황이 종결된 이후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정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지 십분 남짓 지났을 때 북한발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북극성 3호가 발사된 지 정확히 사십오 분 후였다.

이번에는 제1단계 북미핵합의 이후 꼭꼭 숨겨져 왔던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21형이 같은 방향으로 발사됐다.

일본의 상공을 지나 홋카이도 동쪽 태평양상공의 어느 지점을 지나자 갑자기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나면서 무시무시한 위력의 수소폭탄이 폭발했다.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의 3500배 위력인 티엔티 5500만 톤을 훌쩍 뛰어넘는 위력이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큰 파괴력을 보여준 구소련의 수소폭탄 ‘차르봄바’를 능가했으니 가히 지상최대의 핵무기가 폭발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기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NK차르봄바’라는 이름으로 이후에도 계속 불리어지게 되었다.

만일 NK차르봄바가 일본 동북지방에 투하됐더라면 일본의 삼분의 일이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고, 중부와 서부지방을 향해서 한 발씩만 더 발사되었다면 일본 전체가 생지옥의 아비규환이 되고도 남을 그런 위력이었다.

수소폭탄의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미 본토의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가는 화성 21형의 등장은 미국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었고, 전 세계는 지금 경악과 두려움을 넘어서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드디어 독도 근해에서 한국군대의 이동을 가로막고 있던 로널드 레이건호가 일본 쪽 해상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 항공모함이 물러나자 일본의 모든 자위대 전력도 덩달아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미 독도에 상륙해 있던 자위대 특공대의 철수가 문제였다.

미 항공모함에 가로막혀 있던 한국 해, 공군의 모든 전력들이 일시에 몰려들자 특공대를 상륙시킨 후 대기 중이던 자위대의 잠수함도 깊은 물속으로 몸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갑자기 잠수함이 사라져 버리자 육상자위대 특공대원들의 퇴로가 막혀버렸다.

동도와 서도 해변가 절벽아래에 삼삼오오 방어 진지를 구축한 채 필사적으로 잠수함과의 교신을 시도했지만 깜깜무소식이었다.

머나먼 동해바다 한가운데서 아군이 떠나버린 적진의 섬에서 저들이 느꼈을 공포와 위압감은 곧바로 전의의 상실로 나타났다.

사방에서부터 해병대원들의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자 전투의 결과를 예감한 투항병들이 바위사이의 은신처 여기저기서 두 손을 든 채 걸어 나왔다.


이럴 때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에서 발진한 국방홍보원 소속의 헬기가 제일 먼저 독도헬기장에 내렸다.

하사계급장을 단 여기자의 지휘 하에 카메라맨 병사가 맞닥뜨린 첫 장면은 독도전쟁의 최종 결과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방송카메라가 촬영을 개시하자 총탄을 맞은 채 흉물스럽게 찢긴 대형 욱일기 옆으로 정확하게 오십구의 흑군파 시신들이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헬기장 아래로 뛰어 내려가자 치열했던 교전의 상흔인 듯 온 사방이 총탄으로 장식된 경비대 숙소 건물이 처참한 몰골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장열하게 전사한 삼십삼 명 독도경비대원의 죽음이 드러났다.

그 순간 박 하사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현기증이 몰려왔고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은 후 다시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박 하사와 함께 국방 TV라고 써진 방송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멘 김 일병도 아래의 동도선착장에 당도했다.

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유 소령에게 다가가고 있었을 때 유 소령은 마리온의 추락과 함께 전사한 여섯 해병대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이들을 급히 독도현장으로 급파한 사람은 바로 국방부장관이었다.

꼭두새벽부터 들려온 독도침략 소식으로 큰 실의에 빠져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독도전쟁의 결과를 신속하게 알려주고자 했던 국방부차원의 조치였다.

국방 TV가 전송한 화면들은 지금부터 전 세계로 전송되어서 지구촌 사람들에게 독도전쟁의 최종 결과를 생생히 알려줄 것이다.


방송 카메라에 잡힌 다음 장면은 동도선착장 한편에 우뚝 서있던 ‘대한민국 동쪽 땅 끝’ 기념비 앞에서 펼쳐진 통쾌한 광경이었다.

케이블 타이로 손발이 묶인 채 무릎 꿇어진 오십여 명 자위대 특공대원들의 모습들이 가감 없이 전파를 탔다.

이들에게 총을 겨누면서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던 해병대 병사들의 늠름한 모습과도 절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상반된 이 두 장면은 독도전쟁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이로써 또다시 충격의 격랑 속으로 빠져든 일본열도와 달리 남과 북의 팔천만 국민들은 맘껏 승전의 기쁨을 만끽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독도를 지켜낸 유 소령을 비롯한 해병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박 하사의 멘트가 작금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일본의 항복 선언이고 그 뒤를 봐주던 세계최강 미국의 패배였습니다!

일본 쪽 해상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는 일본 자위대와 로널드 레이건호의 뒷모습이 한없이 처량하게만 보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독도전쟁의 승리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대첩으로 불리어야 마땅하겠습니다,

여기는 남과 북이 하나 되어서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낸 위대한 독도대첩의 현장입니다”


이것으로 제1기 뉴프레지 행정부시절 북미 간에 떠들썩하게 체결되었던 제1단계 북미핵협상의 성과물들이 보기 좋게 산통 깨지고 말았다.

미래의 핵과 ICBM급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폐기를 선언했던 제1단계의 합의사항은 NK차르봄바라는 세기의 수소폭탄으로 말미암아 한낱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미국의 굴욕적인 퇴각은 분명히 치욕이었지만 그렇다고 퇴각을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일본과 달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하던 한국을 단지 길들이고 싶었을 뿐 이 지역에서 핵전쟁을 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더군다나 전통적인 우방국인 한국까지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이런 구도의 전쟁은 그 어떤 선택지에도 없었다.

물론 오늘의 수모를 몇 배로 되갚아 주지 않는다면 초강대국임을 자부하는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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