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대고려연방 (18)

한반도 실행계획 2

by 맥도강

독도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독도전쟁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난 6월 초가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독도전쟁은 종결되었지만 여전히 해병대가 독도경비대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북경찰청에서 관할했던 독도수호의 임무를 해병대 제1사단으로 변경된 것이다.


‘독도수호 철통 해병부대’의 초대 부대장은 흑군파로부터 독도를 탈환해 내고 자위대의 엄청난 공격을 끝까지 막아낸 독도전쟁의 영웅 유 소령이었다.

유 대장은 독도전쟁의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독도를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그의 꿈은 해병대와 국방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점차 현실이 되어갔다.

치열한 교전의 현장답게 탄흔자국으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던 경비대숙소를 완전히 헐어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철옹성 같은 웅장한 모습의 해병대 캠프를 신축하는 중이다.

독도의 요소요소에는 K‑9 자주포를 비롯한 해병대의 최신 대공포들을 빼곡하게 배치하는 작업들도 함께 진행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거제조선소에서는 막바지 건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해군의 십 년 프로젝트가 있었다.

머지않아서 동해와 서해상에 세 척씩 모두 여섯 척의 경 항공모함 전단이 우리의 바다를 누비게 될 것이다.

동해바다를 지키는 최전선 군사기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 항공모함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수적이었다.

경 항공모함에는 국산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될 예정이었고 그때를 대비하여 기존의 협소한 헬기장도 대폭 확장하는 중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두 번 다시는 일본이 우리 땅 독도를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통령의 전용헬기가 헬기장에 내리자 사십여 명의 해병대원들이 일렬로 도열하여 거수경례를 했다.

유 소령에게 다가간 대통령이 답례로 거수경례를 한 후 감정이 복받쳤던지 와락 끌어안았다.

“당신들이 있어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우리의 영토를 지킬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철통같이 우리 땅 독도를 지켜 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유 대장의 생각대로 철통 요새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

동해바다를 사수하는 철통 요새를 말입니다”


대통령이 유 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도열한 해병대원들을 돌아보자 감격한 해병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일본 흑군파의 수중에 떨어졌던 독도를 다시 수복한 해병대원들의 자부심이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대통령은 모든 대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위기에서 독도를 구해낸 해병대원들의 노고를 뜨겁게 치하했다.


대통령과 함께 동행한 일행들은 유 대장의 안내로 독도전쟁의 격전지였던 부채꼴 모양의 절벽으로 이동했다.

손동작까지 가미하면서 이곳에서의 치열했던 교전상황을 직접 설명하던 경찰청장이 갑자기 목이 메었다.

감정에 복받쳐 가늘게 떨리던 경찰청장의 목소리 탓이었을까?

우리 민족의 막둥이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내던졌던 독도경비대원들의 외침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새하얀 무명천에 둘러싸인 5미터 크기의 대형 비석 앞에서 대통령은 경찰청장과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과 함께 나란히 섰고 구령에 맞추어서 동시에 줄을 당겼다.

그러자 힘찬 필체로 새겨진 ‘독도대첩 승전기념탑’이라는 글씨가 드러났다.

비의 뒷면에는 삼십삼 명 독도경비대원과 여섯 해병대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경찰청장이 전사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을 때 대통령은 하염없는 표정으로 동해바다를 바라봤다.

독도를 지키다가 전사한 삼십구 명 젊은이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감히 한 자락의 국토라도 넘보지 못하도록 우리나라가 더욱 강해져야 한다.

그런데 북미 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독도는 지켜내었지만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위기의 독도를 구해주려다가 더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된 북한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차례인데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저 기념탑에 써진 글씨처럼 명실상부한 독도대첩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머릿속은 앞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게 될 독도전쟁 이후의 큰 그림으로 꽉 차 있었다.

경찰청장에 이어서 해병대사령관이 장열 하게 산화해 간 여섯 해병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있었다.


독도방문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은 독도에서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장고를 거듭했다.

대통령의 호출을 받은 윤 비서관이 대통령집무실을 들어섰다.

대통령은 눈가에 잔뜩 힘을 준채 대뜸 윤 비서관에게 물었다.

“윤 비서관은 독일통일의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뭐가 떠오르죠?”


뜬금없는 대통령의 질문에 윤 비서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떠올립니다만…”

대통령이 팔짱을 낀 채 창가 쪽으로 다가갔을 때 창밖으로 펼쳐진 청와대의 드넓은 잔디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연초에 비좁던 여민 3관에서 새로 신축한 청와대 신청사로 입주하면서 경호상의 필요에 의한 최소한의 범위 외에는 대부분의 잔디정원을 개방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청와대 정원을 국민들과 공유하게 되면서 이렇게 직접 국민들과 눈을 맞추는 일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대통령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충전받을 수 있었고 심신이 지칠 때마다 일부러 창문을 열어놓고 잔디정원을 내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름다운 잔디정원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대통령의 다음 말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또 다른 장면은? 나는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그 장면을 묻고 있는 것인데요?”

대통령은 지금 윤 비서관을 통해서 총체적으로 꼬여버린 난국을 풀 수 있는 대담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설 대고려연방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