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고 3
시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자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제는 죽음의 백조뿐만 아니라 미 본토에서 직접 출격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까지 가세하여 십여 분 간이나 노골적으로 북한영공을 침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시무시한 전략폭격기들이 핵무기를 잔뜩 실고 와서 보란 듯이 북한영공을 침범했으니 전쟁을 개시하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동해로는 니미츠호가, 서해로는 레이건호와 루스벨트호가 동시에 다가왔다.
한 척도 아닌 세 척의 항공모함이 한꺼번에 다가와서는 이 지구상에서 평양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며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이쯤 되자 무쇠로 만든 강심장이라고 큰소리쳤던 정 위원장조차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세계는 이 같은 상황을 북미전쟁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했고, 한반도를 향해서 째깍째깍 다가오는 전쟁의 화신을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아침부터 늦가을비가 침통스럽게도 내리는 가운데 대통령은 경제수석으로부터 통상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때 다급한 표정으로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이 뛰어 들어왔다.
구슬 같은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닦아가면서 거구의 최 실장이 평소보다도 큰 소리로 보고했다.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미 국방부 전략부문 엘리자베스 코드레이 부차관보가 어젯밤 은밀히 방한했습니다,
지금 평택기지에서 주한미군의 비전투원 철수작전인 NEO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뭐요! 기어이 NEO작전이 시작됐단 말이지요?”
대책 없이 흘러내리는 얼굴의 땀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최 실장이 말했다.
“지금 이 시각 대피 1순위 자들인 미군가족과 군무원들 대사관직원들이 평택기지와 전국 18개 집결지로 속속 집결하여 미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통령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렸다.
“그들 모두가 우리나라를 떠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1순위 대피자들은 미 공군의 수송기로 이송되기 때문에 모이는 대로 곧바로 떠날 수가 있습니다만 문제는 2,3순위 대피자들입니다,
미국시민권자와 그 직계가족들을 모두 합하면 이십만 명에 육박합니다,
그들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열차 편으로 부산까지 이동하게 되고, 부산항에서 수송선을 이용하여 일본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들이 모두 수송선에 승선하게 되면 NEO작전이 종료되는데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정도로 예상됩니다”
두툼한 금테 안경 속에 가려져 있던 대통령의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급격하게 스트레스가 몰려왔다는 반증이지만 이번에는 안경을 벗지 않고 마냥 버티고 있었다.
그 정도의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음 일주일이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일주일이라는 애기죠?”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던 비서실장이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우리가 수송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비서실장이 불쑥 던진 이 말에 최 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번갈아 바라본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미군 자체의 운송수단도 있기 때문에 지연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삼일 정도는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하여 한미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어 신중하게 판단할 사항입니다”
대통령이 양 손바닥으로 집무책상을 내리친 후 단호하게 말했다.
“안보실장은 지금 즉시 미 안보보좌관에게 전화해서 진의를 파악해 보세요!
NEO작전이 사실이라면 한국정부는 주한 미국인 철수작전은 물론이고 대북군사작전에도 일체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주세요!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의 선제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할 것이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전쟁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단호하게 말하세요!
저들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큰 톤으로 항의하면서 말입니다!”
“네!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대통령은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돌아서 나가는 안보실장을 다시 불러 세워서 기어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최 실장! 여차하면 우리가 북한과 한편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암시해 주어야 합니다!
내 말 알겠죠? 우리에겐 내일의 한미관계보다 오늘의 한반도평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새 최 실장의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손수건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태를 넘어섰다.
최 실장도 체념한 듯 흘러내리는 땀을 더 이상은 막으려 하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아내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를 꼭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