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선언 1
12월 중순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방문길에 올랐다.
공식적으로는 작년 시 주석의 방한에 따른 답방형식이었지만 미국의 선제공격이 임박한 시점에서 굳이 이 시점을 선택했을 때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시월 말에 있었던 한미정상간의 전화통화에서 뉴프레지 대통령은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그야말로 천기누설을 해버렸다.
성탄절 폭죽놀이가 미 공군과 중국지상군의 합동 작전이 될 것임을 얼떨결에 털어놓았고 말았다.
사실 이 내용은 우리 정부 내에서도 극비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부에는 일체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더 그들의 의중을 살펴보고 끝까지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를 대비한 다음 단계의 계책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대범하게도 삼일특공대는 대통령의 중국방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동북공정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수립했는데 작전명은 ‘역린 비틀기’였다.
용의 가슴부위에 거꾸로 난 비늘을 일러 역린이라고 하고 이것을 건드리면 용은 극도로 광분하게 된다.
이때는 필시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를 노렸다가 정확하게 찌른다면 무적의 용일지라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단시일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했던 작금의 한반도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지만 대단히 위험한 작전이었다.
한중정상회담의 일정을 촉박하게 잡은 탓도 있지만 중국 측의 의도된 홀대로 대통령은 지금 국빈자격이 아닌 실무방문의 형식으로 중국방문길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대통령은 삼일특공대가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윤 비서관은 대통령의 통역을 빙자하여 방중기간 내내 대통령의 옆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대통령이 보고서의 다음 장을 넘기면서 윤 비서관에게 말했다.
“뉴프레지 대통령이 흘려준 미중합동작전에 대해서는 우리 삼일팀에서도 사전에 예견하고 있었어요,
여러분들의 놀라운 안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대통령님! 현재 북중 접경지대에 배치된 중국지상군이 무려 30만에 육박하고 있고 병사들에게 기본적인 한국어까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백두산 일대에서는 10만의 병력과 수천 대의 탱크까지 동원한 혹한기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압록강 하류에서는 부교를 이용한 도하훈련까지 벌이고 있는데 북한을 자극하면서까지 이런 방식의 훈련을 지속해 왔던 것은 북한의 유사시를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고구려를 대단히 위험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중국의 기본 입장이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고구려라는 존재는 동북지방을 큰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요인입니다,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출발한 것이 동북공정이었고, 그 끝은 고구려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선제공격이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는 유사시 중국군은 신속하게 평양아래 지역을 접수한 후 남포 원산 250Km 대치선에서 한미연합군과 대치하는 계획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미국이 미중합동작전을 제의했다는 것은 중국의 동북 제4성 계획을 묵인한다는 메시지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끌어들여야 했던 것은 지상 작전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자칫 더 큰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는 셈법이 전혀 다른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까지를 고려한 결정이라 판단됩니다,
중국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북한군부로 하여금 친 중국 괴뢰정부를 수립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일정기간이 지난 후엔 외국군의 동시철수를 주장하면서 중국군의 영구주둔을 모색하겠지만 말입니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고구려와 발해사는 물론이고 고조선사까지 왜곡하면서 그들의 역사로 편입시킨 의도가 북한의 중국흡수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티베트를 대상으로 전개했던 서북공정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동북공정의 최종 시나리오입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진즉부터 중국의 의도를 간파한 정 위원장이 군부 내의 친 중국세력을 경계하고 있었고요,
우리 측 방북특사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정 위원장이 쳐놓은 덫에 보위부장 일당이 걸려들었던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중국은 천사백 년 전 수나라 때부터 고구려 영토를 노려왔습니다,
미국과 달리 이 지구상에서 우리의 영토에 관심이 많은 오직 두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음!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이렇듯 바람 앞에 등잔불이 된 것은 모두 일본의 독도침략으로부터 벌어진 일입니다,
호시탐탐 우리 민족의 영토에 관심이 많은 두 나라는 당연히 성탄절폭죽놀이를 기다리면서 저들의 오랜 바람을 관철시키려고 들겠군요”
대통령이 두 주먹에 불끈 힘을 주면서 가벼운 탄식소리를 냈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선제공격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것을 그들의 오래된 계획을 실행하려는 유용한 도구로 삼으려 한다.
이 시점에서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은 딱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과녁을 흩트려서 피아의 구분이 불가능하게끔 적군과 아군을 섞어야 한다.
남북한의 전면적인 여행자유화 조치와 교황의 평양방문으로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 다른 해법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저지시켜서 중국지상군의 진격을 포기시켜야 한다.
중국이 미중연합작전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미국은 그들만의 전쟁수행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동북공정을 저지시켜야 하는데 그러자면 저들의 가장 아픈 곳을 깊숙이 찔러야 한다.
동북공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어서 작금의 한반도 문제에 협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방관자 정도로는 돌려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