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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Dec 26. 2022

안 죽어봤으니 알 수 없잖아?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한 밤중에 공동묘지를 지날 때면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머리가 삐쭉삐쭉 솟아오를 것 같다. 사실은 육신을 벗어난 영혼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큰소리치던 어설픈 물리주의자도 마찬가지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나이임에도 한밤중에 기분이 좋지 않은 장소를 지날 때면 헛것이라도 보게 될까 봐 긴장하는 것은 대체 무슨 연유일까?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과거의 비과학적인 상식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지만 우리 인류가 과학문명에 눈을 뜬 역사는 길게 잡아도 오백 년 남짓에 불과하다. 우리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 인간도 진화의 산물일 뿐 지구상의 다른 동식물과 근본적으로 같은 줄기의 생명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고작 이백 년도 안 됐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영혼 정신 마음이라는 것도 실상은 뇌라는 육체의 기능이라는 사실이 눈부신 뇌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부인할 수 없는 팩트가 되고 말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물리주의자들이 늘어나겠지만 가령 구석기인들보다는 신석기인들이, 삼국시대보다는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 현재보다는 미래세대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도표로 정리해보자면 이런 형태가 아닐까 싶다.     

        

        A                          B                          C

    100% 70%  50% 30% → 0%

    영혼有                모르겠다             영혼無


A: 육신을 벗어난 영혼은 분명히 존재한다.

B: 안 죽어봐서 모르겠다.

C: 육신을 벗어난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과학은 당연히 C의 관점을 지지하겠지만 매사를 과학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것이 물결같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가령 여론조사를 해본다면 A부터 B까지의 부류에 해당하는 AB와 B부터 C까지의 부류에 해당하는 BC가 어떻게 나올지 대략은 짐작이 된다. A의 색상을 백색으로 C의 색상을 흑색으로 중간의 입장인 B의 색상을 회색이라고 가정했을 때 어쩌면 백색이나 흑색보다는 회색을 중심으로 옅은 백색과 옅은 흑색 사이에 몰려있지 않을까?


하지만 과학문명이 발전하면서 확실히 과거보다는 BC의 부류가 비약적으로 약진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테고 미래세대에는 더더욱 C 쪽으로 치우쳐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하긴 아직도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살짝 미소 짓게 만들지만 미래세대로 갈수록 그 수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어찌 됐던 AB의 부류에 속해있든 BC의 부류에 속해있든 B를 살짝 걸치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안 죽어봤으니 100%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현대 과학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좌우지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항변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일상생활을 하는 평일에는 과학을 신뢰하는 편이지만 주말에는 살짝 종교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출렁이는 물결 같은 마음!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근저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들이 속해있던 문화권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학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고는 하지만 우리 인간의 신체구조는 아직도 구석기인의 생활구조에 최적화된 상태라고 하지 않던가? 빅뱅 이후 138억 년의 시간이 흘렀다지만 우리 인류의 역사는 침팬지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 지 고작 700만 년이 지났을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 땅이 꺼지고 화산이 폭발하고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갓 나무에서 내려온 우리 인류의 선조들은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맹수에 잡아먹힐까 봐 두리번거리던 관습이 어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살짝 보험이라도 드는 심정으로 양다리 걸치기를 도모하려는 것은 나약한 인간들의 지극히 당연한 마음일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100% 확실하다.

“아씨~하마터면 지옥 갈뻔했잖아, 보험에 들어두길 잘했지!”


육신의 죽음과 동시에 자아가 사라진 상태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죽어보면 알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사람들도 사실은 죽어봐도 모르는 것이 되는 것이니 거저 공허할 따름이다. 따지고 보면 천국이니 영혼이니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현대 과학을 신뢰하는 물리주의자들은 수명을 다한 후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다. 그래서 빙그레 미소 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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