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87)

백두산 가는 길 7

by 맥도강

늘 있어왔던 부자지간의 대립이 또다시 등장하자 은하가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창우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창우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배 교수는 창우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본 후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사장!, 내가 보기에 이것은 틀림없는 음모가 분명합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 동포들이 운영하는 북문 쪽은 싹 밀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고 하면서 지금 서문 쪽에는 창바이 공항을 만들고 있어요.

호텔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 시설들이 엄청나게 건립되고 있단 말입니다.

남문 쪽은 또 어떻습니까?

국제규모의 스키장들이 들어서고 있지 않습니까?

서문과 남문 쪽을 개발해서 백두산을 최고급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철저하게 장백산으로 바꾸겠다는 거예요.

우리 민족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정치적인 음모가 있다 이 말입니다!

조선족 자치주에서 백두산을 관리할 때는 길거리며 상점이며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 한글이 있었어요.

그런데 중국정부가 직접 관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백두산 일대에서 우리 한글이 모조리 사라졌지 않습니까?”

배 교수는 울분을 참지 못하겠던지 술잔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험악하던지 창우마저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창바이 공항이 생겨보세요?

연길에서는 다섯 시간 이상이 걸리던 것이 삼삽분이면 여기를 올 수 있단 말입니다.

앞으로 누가 연길을 거쳐서 백두산을 가려고 하겠습니까?

백두산관광 산업이 우리 조선족 자치주의 6대 산업 중 하나인데 이렇게 되면 연길시의 경기도 말이 아닐 겁니다.

어디 공항뿐입니까? 중국 각지와 연결되는 철도, 고속도로까지 만들고 있어요.

바이허 역 공사장에 가보세요?

칭창철도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일류철도를 만들자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있어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티베트를 중국화 했듯이 우리 민족의 백두산을 중국의 장백산으로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아니냐 말입니다.

지금 중국은 백두산과 우리 민족의 연관성을 철저하게 없애고 있어요.

바로 이것이 중국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백두산공정이에요.

백두산에서 우리 민족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정치적인 음모가 숨어있다 이 말입니다.

창우 저 자식은 분명히 알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배 교수가 열변을 토로하는 동안 창우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배 교수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서도 아버지와는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최 씨가 술이 꽤 올랐던지 두 손을 턱에 기댄 채 배 교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배 교수!, 중국 애들이 고구려가 지들 역사라고 우긴다며?

왜 우리 조상을 자기네들 조상이라고 우겨? 지들이 제사도 안 지내 주면서.”

최 씨의 말투가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모두는 소리 내어 웃었다.


“만약에 중국이 고구려를 한국사라고 인정해 버리면 통일 이후 문제가 발생한단 말이야,

간도 땅에 대한 영토분쟁이 일어났을 때, 간도 땅의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 통일한국의 논리에 밀리게 돼있지.

그래서 중국은 정치논리에 의해서 간단명료하게 가기로 결정했던 것이야.

한마디로 오늘날의 중국 국경 안에서 벌어졌던 모든 이민족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는 억지논리를 만들어 냈던 거야.

티베트도, 위구르도 자고이래로 중국과는 떨어질 수 없는 중국의 소수민족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라고 우기듯이, 마찬가지의 논리로 동북삼성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도 한반도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말이야.

오늘날의 한반도는 신라와 백제를 계승한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을 뿐, 고구려와는 역사적으로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억지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지.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억지 논리냐 말이!


최 씨가 고기 한 점을 씹어가면서 큰소리로 떠들며 말했다.

“그럼 간도만이 문제가 아니잖아.

고구려가 몽땅 거리 지들 땅이라면 나중에는 북조선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 아니네?”

자칫하면 간도 땅을 되찾기는커녕 북조선까지도 다 빼앗기는 것 아니네?

그 동북공정이라는 놈이 보통 고약한 놈이 아닐세 그려.”


“바로 그것이야! 바로 거기에 동북공정의 제3단계 목적이 숨어있다고 봐야 돼.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니 우리 조선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오늘날의 북한은 인민들 끼니도 제대로 못 먹이는 꼬락서니를 해서는 저 모양 저 꼴이고, 한국은 아직도 동북공정을 한가로운 역사논쟁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닌가 말이야.”


이 사장이 마지막 남은 고기를 백김치 한 접시와 함께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배 교수가 자리에 앉는 이 사장에게 마음고생이 많겠다며 연민의 표정으로 바라봤다.

“힘드시겠지만 여기서 물러나시면 안 됩니다. 이겨내셔야 합니다!.

이 사장이 백기를 든다면 동위토문 서위압록이 다 무너지게 됩니다.

숙종임금 38년 때 동쪽으로는 토문강을 경계로 삼는다는 백두산정계비를 우리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민족의 고토는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단 말입니다.

그렇잖아도 중국은 그전부터 토문강을 두만강의 만주식 이름이라고 하면서 억지를 부렸거든.

그런데 부릴 억지가 따로 있지 토문강과 두만강은 엄연히 다른 강으로서 명나라 때의 요동지에도 나와 있고,

이건 중국 사람들이 봐도 도무지 말이 안 된단 말이지.

그러니 백두산을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한다는 명목으로 이번 참에 송화강으로 흘러가는 토문강의 지류를 두만강으로 돌려버리던지, 그도 저도 아니면 아예 토문강의 흔적을 지워버리겠다는 무서운 의도가 있는 겁니다.

이런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기 때문에 백두산일대에서 호텔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축출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장!, 속지 마세요. 친환경개발이니 하는 말은 모두 허울 좋은 명목에 불과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백두산과 우리 민족 간의 모든 연관성을 지워버리겠다는 의도입니다.

두고 보시오! 친환경 개발이니 하며 여기 호텔들을 모조리 부수고 나서는 나중에 슬며시 다시 짓나 안 짓나.

그때는 아마 모조리 중국 사람들이 운영하게 될 겁니다.

중국 사람들이 인제 좀 먹고살만하니 여기 북문을 이용하여 백두산을 관광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났고, 그래서 직접 호텔을 운영해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을 거예요.”


창우는 배 교수의 말을 도저히 못 듣고 있겠다는 표정이다.

“이 사장님! 지금 우리 아버지는 완전히 소설을 쓰고 있어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완전한 오버 픽션이니까 새겨들을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귀담아듣지 마십시오!

걱정은 되시겠지만 어쨌든 우리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의도로 진행되는 일은 아니니까 다른 오해는 하지 마시고요,

이 문제는 나중에 나하고 따로 조용히 얘기합시다.”


이제 그만 마칠 때가 되었는지 종업원들이 주변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일 즈음 우리도 하나둘 자리를 파하고 객실로 올라왔다.

객실 창밖은 옥외 조명등 하나만이 창우와 이 사장의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이들이 나누는 긴밀한 대화를 단풍으로 물든 늙은 나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엿듣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부터 그들이 나누게 되는 긴밀한 이야기는 여기로 출장 온 창우의 진짜 목적이 아닌가 싶다.


백두산 온천물이 펄펄 쏟아지는 욕조에 한참 동안 몸을 맡기고 있으니 그간의 피로가 물밀듯이 씻겨 나갔다.

뽀송뽀송한 침대시트 위에 지친 몸을 누인 후 옆방에서 자고 있을 은하를 생각해 보았다.

별안간 천지폭포에서 포옹했던 그 감촉이 느껴진다. 그렇게 행복한 느낌으로 어느새 백두산의 따듯한 품속에 안겨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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