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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도강 Jan 23. 2023

성묘 갈 때 조화는 이제 그만!

어설픈 물리주의자의 좌충우돌기

미리 예고되었던 대로 김해시에 소재한 공원묘지의 풍경이 확 달라졌다. 김해시에서는 지난 설 명절 때부터 김해시 관내의 공원묘지에서는 전면적으로 조화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예고했었다.

사전에 소식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반신반의하던 차였다.

그런데 실제로 와서 보니 공원묘지 입구에 도열해 있던 그 많던 플라스틱 조화 가판대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김해시의 발표에 따르면 관내의 네 군데 공원묘지에서 폐기 처리되는 조화 쓰레기만 매년 14톤에 이르고 소각할 때 발생하는 탄소가 무려 11톤에 이른다고 했다.

성묘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지참하던 오천 원짜리 조화 두 개는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적폐였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새로운 조화를 꽂으려면 직전 명절 때 꽂아둔 흉물스러운 조화 두 개를 뽑아내야 했는데 공원의 여기저기는 삽시간에 만들어진 조화 무덤들로 거대한 산을 만들 지경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조화 두 개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모든 행위들이 고작 우리 후손들의 마음이나 편하자고 하는 일이지 않던가!

백번 양보하여 설사 조상님의 영혼이 계신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서 색이 바래버리는 허접한 플라스틱 조화를  과연 우리 조상님들이 좋아하실까?

차라리 생화라면 화훼농가를 돕는다는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미세먼지 펄펄 날리는 허접한 중국산 플라스틱 조화를 우리 조상님들이 좋아하실 리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모처럼만에 찾은 납골묘 전면부에 꽂혀있던 오래된 조화 두 개의 표정이 게으른 불효자의 모습을 그대로 빼어 닮았다.

방금 공장에서 찍어낸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상태에 따라서 후손들의 효심을 비교하던 관행이 사라진다면 내심으론 호불호가 분명할 것 같다.

암만 생각해 봐도 ‘저희는 이번 명절에도 다녀갔습니다!’는 표식으로서의 의미 말고는 허접한 플라스틱 조화들이 드넓은 공원묘지를 점령했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불효자의 표식과도 같았던 색이 바래버린 플라스틱 조화 두 개를 빼어내고 나니 다소나마 마음이 개운해졌다.

하지만 오래된 관습이란 놈은 참으로 고약한 놈이었다.

벌써부터 아무것도 꽂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인지 뭔가의 밋밋한 허전함이 몰려온다.

준비해 온 돗자리를 가지런히 깔고서 우리 부부는 두 번의 큰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준비해 온 음식이랍시고 원두를 담은 보온병과 달랑 사과 몇 개가 전부였지만 음식을 흠향할 영혼이 없을진대 대리석의 단상에는 올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여기는 조상님들의 흔적이라도 안치되어 있다는 기분 탓일까?

존재하지도 않는 혼령에게 절하는 무심한 행위보다는 감정적인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어이 뼛가루나마 항아리에 담아서 오랫동안 보관하고픈 마음이 생겼던가 보다.


육신을 벗어난 영혼이 존재하지도 않을 진데 제아무리 요란스럽게 제사를 지낸다고 한들,

또 암만 화려하게 산소를 조성하였다고 한들,

정작 돌아가신 분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없음이다.

다만 죽은 자와 산 자 간의 연대의식을 확인함으로써 살아있는 우리 후손들의 마음이나 달래고자 하는 사회 문화적 행위일 뿐!


비록 모양새는 볼품이 없지만 직접 농사지은 사과를 먹으며 플라스틱 조화가 사라져 버린 저 아래 공원묘지의 드넓은 풍경을 감상했다.

“다음번에 올 때는 계절별로 우리 집 화단에서 피었던 꽃들을 예쁘게 말려서 가져와야겠어요,

오랫동안 꽂아두더라도 색이 바래지 않을 테니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와이프의 말을 들으며 왜 진작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단지 남들이 하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따라 했던 지난날의 수동적인 관습을 탓하면서 피씩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때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어머니의 환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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