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 동해라인 선포 2
당황한 백악관은 미국대사를 통해서 대고려연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연방외교부장관을 만나고 나온 미국대사가 본국에 급히 보고한 내용은 이 시점에서 독도문제의 완전한 해결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달리 말하면 일본정부가 독도영유권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의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보고였다.
상황이 묘하게 전개되자 백악관의 처지가 곤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지역에서 중국과의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서 삼 년 전처럼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들어줄 수도, 그렇다고 최후의 보루인 일본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내부적으로는 일본과의 소통에 주력하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던 미국은 백악관출입기자들의 끈질긴 입장표명 요구에도 대고려연방을 자극할만한 어떤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앵무새처럼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이 지역의 신흥 강자인 대고려연방을 의식했다.
지금 미국은 대고려연방을 억누를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본을 설득해야 했지만 일본이 저항한다면 딱히 방법이 없었다.
전쟁이냐? 평화냐? 이제 그 선택은 오롯이 일본의 몫이 되어갔다.
삼일절 기념식장에서 정 위원장이 무의식적으로 터트린 것처럼 보인 문제의 이 폭탄발언은 사실은 치밀하게 조율되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연방최고회의 때 정 위원장이 먼저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 간의 국제적인 이미지로 볼 때 악역은 두 분보다는 제가 더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까?
삼일절을 맞이해서 아직까지도 뜨뜻미지근하게 봉합돼 있는 독도문제를 이참에 확실하게 마무리지어야 갔습니다,
두 분 대통령님들은 옆에서 측면사격만 해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여 정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먼저 포문을 열게 되면 두 대통령이 엄호사격을 하기로 사전에 약속되었다.
물론 처음의 시작은 거침없이 밀어붙이되 독도문제 해결의 목표지점을 분명하게 설정해 둠으로써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차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듯 정 위원장의 타이밍 포착 능력은 탁월했다.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은 확실히 우리 편을 들어주겠지만 아직도 독도전쟁의 악몽이 남아있던 미국은 대고려와 일본 사이에서 허둥댈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그 타이밍이 일본의 목을 바짝 조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정 위원장이 포착했고 두 대통령이 동조하고 나섰다.
정 위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삼일절 이벤트였지만 민 대통령도 정 위원장 못지않게 저돌적이었다.
두 지도자에 의해서 쾌히 받아들여진 민 대통령의 이 놀라운 제안으로 독도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대형이벤트가 준비되었다.
그것은 십 년 전부터 야심 차게 추진되고 있었던 삼만 톤급 경 항공모함의 조기 전력화였다.
당초의 계획은 내년까지 건조를 끝내고 전력화할 예정이었지만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조선기술은 이미 모든 건조를 끝내고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대고려항공우주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양산체제에 들어간 국산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성능은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졌던 공식적인 시험비행에서 오랫동안 이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해 온 F35B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연방대통령이 직접 명명한 국산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용맹하다는 ‘백두산 호랑이’로 정해졌다.
삼일절 기념식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각,
대고려연방의 동서해를 철통 경호하게 될 여섯 척의 경항모전단이 공식적인 진수식에 앞서 시험운항에 나섰다.
엊그제 저녁 긴급 하달된 연방대통령의 출항명령으로 동해바다의 거센 물살을 헤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 목적지는 동해의 최전방 독도였다.
길게 열을 지어서 빠르게 나아가는 경항모전단의 앞과 뒤를 백두산호랑이 열두 개 편대가 철통 호위했다.
그 모습은 그들의 이름처럼 용맹스럽게 포효하는 백두산호랑이의 형상을 닮아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앞서 날아가던 백두산호랑이 편대가 갑자기 고도를 높이면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전속력으로 날아온 목적지는 지금 이 시각 팔천만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통일광장이었다.
백두산호랑이가 사뿐히 착지하고 있었을 때 저만치서부터 대고려연방을 대표하는 3인의 최고 수뇌부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있게 걸어오고 있다.
그러자 백두산호랑이를 몰고 온 전투기 조종사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내외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면서 대고려연방의 최고 수뇌부가 제각기 백두산호랑이에 올랐다.
대고려연방 국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헬멧을 반듯하게 착용한 세 명의 최고위원들이 만면의 미소를 머금은 채 각자 오른손을 흔들었다.
지금 이 장면만으로도 대고려연방국민들의 뇌리에는 충분히 감동적인 장면으로 다가왔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정오가 다가오자 동도 선착장에 마련된 최준현 열사 추모 3주기 행사장의 분위기도 뜨겁게 고조되었다.
평소 준현이 심취했던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다.
우리 땅 독도연구회 재학생들은 물론이고 졸업생과 일반인들까지 합세하여 덩실덩실 한바탕의 전통 춤 잔치가 흥겹게 벌어졌다.
이때였다. 갑자기 동도의 여기저기서부터 해병대원들이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하더니 엄중한 경호가 시작됐다.
영문을 알 리 없던 입도객들이 어리둥절해하던 사이 곧 그들 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마흔네 대 백두산호랑이의 호위를 받으면서 거대한 경항모전단이 위풍도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삼만 톤급 규모의 경항모전단이 동도선착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섰을 때 정지 자세 그대로 하늘에 떠있던 백두산호랑이의 위용까지 보태어져 그 광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저 멀리서 백두산호랑이 편대가 날아와 동도의 맨 위 헬기장으로 가뿐히 착지했다.
놀랍게도 전투기에는 대고려연방의 최고 지도자 3인이 타고 있었고 양쪽으로 도열한 해병대원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내렸다.
그런데 맨 마지막으로 착지한 백두산호랑이에는 조선중앙방송의 카메라기자가 탑승하여 통일광장에서부터 비행의 전 과정을 촬영하는 중이다.
이렇게 촬영된 화면은 지금 온 지구촌으로 전송되어 또다시 세계인들의 이목을 동해 앞바다 독도로 집중시켰다.
압도적인 자태로 나란히 줄지어선 경항모전단을 내려다보면서 정 위원장이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두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는 영리하게도 카메라의 정중앙을 의식하고 있었고 일본에 보내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다시 한번 매운맛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갔습니까!
조만간 독도에 대한 일본정부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다면 선전포고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때 연방대통령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거들고 나섰다.
“암요 지당한 말씀입니다!
끝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겠다면 매운맛을 보여주어야지요!
저 아래를 한번 보십시오! 저것은 우리 연방이 가진 무력의 한 단면에 불과합니다,
우리 연방이 보유한 마지막 수단까지는 꺼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응징할 수 있습니다!"
민 대통령도 저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이번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분쟁을 불가역적으로 종결시켜야 합니다!
독도가 우리나라의 최동단 섬이 확실하다면 기존의 굴욕적인 영해 설정은 파기되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