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고려연방 (148)

대고려 동해라인 선포 3

by 맥도강

대고려연방의 최고 지도자들이 독도 문제를 거침없이 논의하고 있었을 때 규태는 저 위 헬기장 쪽을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상념에 사로잡혔다.

‘우리 준현이가 정말로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삼일특공대 최준현! 장하다! 정말 장하다!’

“규태선배! 저기 하늘을 좀 보세요,

저 하얀색 뭉게구름이 우릴 보면서 미소 짓는 것 같지 않아요?

꼭 준현선배가 우리한테 손짓하는 것 같은데 선배도 그렇게 보이죠?”

경은이 가리키는 뭉게구름 한 조각이 정말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미소 짓는 것 같았다.


이때 규태가 저만치 떨어져 있던 떡대를 큰소리로 불렀다.

헐레벌떡 떡대가 달려오자 하늘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삼일특공대 차렷! 일동 경롓!”

지상의 두 특공대원이 뭉게구름을 향해서 거수경례 동작을 취하자 아래를 내려다보던 뭉게구름 한 조각이 건들건들한 폼새로 답례하는 듯했다.


얼마 후 연방국회는 대단히 중요한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의 제1조에 거추장스럽게 달려있던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이었다.

연방의 영해를 12해리의 수역으로 정한다고 하면서 굳이 대한해협에서는 별도의 단서조항을 달아 놓았다.

이 굴욕적인 법안은 독도를 양국의 공동관리수역으로 포함시키려는 1999년 신한일 어업협정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이 법률은 배타적 경제 수역인 EEZ의 우리 측 기점을 독도가 아닌 울릉도로 정하는 법률적 근거가 되었다.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자 연방정부는 1999년의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독도를 기점으로 새롭게 설정한 일명 ‘대고려 동해라인’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말미암아 독도의 주권이 온전하게 회복되었다.

독도는 이제 허망한 바다 위에서 단순히 하나의 좌표로만 표시되던 암초의 신분에서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당당한 영토가 되었다.

우리 땅 독도를 기점으로 12해리에 이르는 바다 영토가 대고려연방의 영해가 되면서 독도를 기점으로 하는 배타적 경제 수역이 다시 설정되었다.

양국 간 겹치는 200해리의 EEZ구간인 중간수역의 위치가 기존보다도 훨씬 일본 쪽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일본의 대응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정 위원장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가 있던 일본은 또다시 그가 핵을 언급하면서 도발적인 발언들을 이어가자 일본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럴 때 믿었던 미국마저도 양국의 오래된 갈등문제를 이번 참에 종식하라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는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대고려연방이 독도를 기점으로 영해와 EEZ를 정한다는 ‘대고려 동해라인’이 공포된 지도 두 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묵묵부답이었다.

아직까지도 독도영유권을 철회한다는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없었지만 이후 일본사회 전체가 하나의 불문율처럼 다케시마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거센 압력에 굴복한 시마네 현에서는 지방의회가 소집되어 만장일치로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폐지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렇게 되자 해상자위대의 순찰범위도 대고려 동해라인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문부과학성의 발표를 통해서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드러났다.

당장 다가오는 새 학기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부터 다케시마 관련 영유권주장을 통째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해방 이후 지속된 한일 간의 독도영유권 분쟁은 불가역적으로 종식되었다.


대고려연방이 동북아시아의 신흥 강자로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분단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사회문화현상들이 속속 나타났다.

개량한복을 즐겨 입는다던가, 꼭 필요하지 않은 외래어 대신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확산됐다.

대고려연방에 대한 드높은 자긍심으로 전통적인 우리의 것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역동적으로 개선된 결과였다.

이러한 현상들은 이미 영화는 물론이고 K팝 조선팝 등 한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주류문화로 정착된 이후의 시점이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연방정부탄생 2주년을 앞두고 남북한의 양 정부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권력의 속성상 쉽게 일어날 수 없었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실 대부분의 지구촌 사람들은 기존의 남북한 정부가 예정된 일정에 맞추어서 해산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 시선으로 지켜봤던 것이 사실이다.

대개는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들을 늘어놓으면서 수평적인 신구권력의 이양에 실패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대고려연방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단시절보다도 훨씬 강대해진 통일 새나라의 진면목을 이미 목격해 버린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

또 한 가지는 통일의 주역이 바로 남북의 두 권력 주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족의 더 큰 이익을 위하여 자신들의 현재권력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임시적인 통치기구였던 연방최고회의가 해산되었다는 것은 대고려연방이 이제 연방의 법률에 따라서 운영되는 정상국가가 되었다는 의미다.


오직 통일의 완성을 위해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던 남북의 두 정상은 연방정부의 국정자문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추대됨으로써 국정의 전면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민 대통령은 스스로 수석부위원장을 자임하면서 정 위원장을 국정자문위원장으로 추대하고자 했다.

이것은 구 북한지역 다섯 개 주 국민들의 상실감을 배려하는 대단히 세심하면서도 따듯한 조치였다.

구 남한지역과는 달리 북쪽에서 차지하는 정 위원장의 위상은 일반적인 한 명의 정치인으로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의 정신적 수령이 하루아침에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들과 똑같은 평범한 국민이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럴 때 민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통일 이후의 사회적 안정까지도 고려한 통일의 주역다운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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