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 동해라인 선포 4
2032년 7월 1일, 대고려연방의 통일 2주년 기념식이 신축공사가 완료된 연방정부청사 대강당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가장 앞줄에서 민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앉아있던 정 위원장은 연방대통령의 열정적인 연설에 간간히 박수를 치면서 만감이 교차한 표정이다.
2년 전의 통일은 구 권력의 둥지 속에서 신 권력이 위태롭게 동거하는 그야말로 무늬만 통일된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을 불과 2년 만에 조기 종료시키고 드디어 온전한 통일정부만 남게 되는 진정한 통일이 달성되었다.
족히 십 년은 예상되었던 유예기간을 단 2년 만에 조기 종료시킨 원동력은 미래가 보장된 연방정부에 우리 국민들이 미래를 배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민 대통령의 제안에 군말 없이 응해준 정 위원장의 결단이 한몫을 거들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정 위원장의 허전한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부인이었다.
민 대통령의 영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포시 정 위원장의 오른손을 포개어 잡으며 미소 지었다.
민 대통령은 왼편의 통유리 창을 통해서 저 멀리 압도적인 장면으로 우뚝 서있는 광개토대왕의 동상을 바라봤다.
우리 역사상 가장 광대한 북방영토를 개척했던 대왕답게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광장인 통일광장의 전면에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보았던 통일 조국의 실제 모습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자 민 대통령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고려연방 통일 2주년 기념식에 맞추어서 광개토대왕 특별시가 신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전체 3개 구간의 개발공사 가운데 제1,2구간의 공사를 일정보다도 6개월이나 앞당겨서 마무리 지었다.
이제 제3구간의 기반시설 공사마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조만간 거대한 코리아평화공원이 세계인들 앞에 그 모습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미 상주인구 일백만 명 시대를 훌쩍 넘어선 광개토대왕 특별시는 곧 제3차 제4차 제5차 신도시의 완공도 앞두고 있어 머지않아서 주자치의 인구 하한선을 충족시키는 상주인구 삼백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삼일특공대 소회의실,
9월 정책토론회의 발제자인 장 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었다.
주제는 ‘대고려연방의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정치지형’이다.
삼 년 전의 초대 연방의회선거는 통일헌법 제정을 위한 제헌선거와 함께 실시되어 다분히 과도기적인 선거였다.
기존의 유력 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던 탓에 정치경험이 전무한 신인들이 대거 당선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2년 후 실시될 예정인 제2회 연방의회선거부터는 사정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통일 후 한시적으로 존속되던 남북의 두 의회가 작년 연방정부탄생 2주년을 앞두고 남북의 두 정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십 년의 유예기간 동안 존속될 예정이던 남북한의 의회가 채 2년 만에 종료되자 연방의 연착륙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려던 정치일정들이 대폭 앞당겨졌다.
이렇게 되자 정치신인들이 주도하던 연방의회의 신선한 정치실험들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남북의회가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2회 연방의회 선거부터는 당연히 기존의 프로 정치인들이 모두 뛰어들 텐데 그야말로 엄혹한 선거 전쟁이 예상되었다.
4년 전 삼일특공대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팀의 실무를 관장한 사람은 바로 장 팀장이다.
그는 이제 대고려연방의 탄탄한 정치지형을 안착시키는 것이 삼일특공대에 주어진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며 그가 가진 모든 열정을 불태웠다.
“2년 뒤로 다가온 연방의회 선거를 대비해서 조선노동당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합니다,
노동당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경쟁을 치러내야 하는데 상황이 결코 녹녹지가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북쪽 다섯 개 주에서조차 안정적인 의석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자칫 북쪽지역의 연방국민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으로 다가와 정국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통합국민당과 우리고려당에 맞설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조선노동당의 경직된 내부 분위기로 볼 때 자체적인 역량으로는 당의 체질 변화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우리 팀원들이 다 함께 중지를 모아서 대책을 만들어봅시다!”
장 팀장의 주제발표가 끝나자 언제나처럼 팀원들 간에는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내부의 체질 개선이 불가능하다면 조선노동당은 어차피 생명을 다했다는 것인데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창당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조선노동당은 스스로 해산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설사 해산하여 재창당을 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당을 이끌만한 충분한 인재풀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습니다”
드디어 오매불망의 심정으로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던 규태 차례가 되었다.
규태는 정책토론의 주제가 예고되었던 2주 전부터 이미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는데 그만큼 오늘의 정책토론을 잔뜩 벼르고 있었다.
“자생적인 내부변화가 어렵다면 외부적 충격요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의 체질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어차피 조선노동당의 경쟁 상대는 통합국민당과 우리고려당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런 노련한 정당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경쟁하는 법을 잘 아는 남쪽의 소수 정당과 합당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두 거대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력 생존에 성공한 진보정당이 있습니다,
진보대연합 차원에서 정치적 칼라가 엇비슷한 조선노동당과 진보당이 합당을 추진하는 방법입니다.
가령 고려노동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연방의 정치지형은 양강이 아닌 삼강체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보수의 통합국민당과 중도의 우리고려당 그리고 진보진영의 고려노동당이 삼강체제를 형성하여 특정 정당의 과반확보는 어렵게 됩니다,
이럴 때 중도를 표방하는 우리고려당은 좌우의 어느 정당과도 연정의 대상이 될 수가 있어 대고려연방의 이념 양극화를 방지하는 완충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정당의 삼강체제는 연방 내부의 극심한 정치적 갈등상을 방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치지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규태가 준비했던 발표를 마무리하자 더 이상의 추가발표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두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경청하던 윤 소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그러자 다른 연구원들도 동의의 박수를 보내면서 규태가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던 정책대안은 최종안으로 채택되었다.
삼일특공대에 합류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자신의 제안서가 최종 보고서 작성에 포함되자 규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규태가 발표했던 이 정책대안의 원 기안자는 사실 경은이었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경은의 석사학위 논문 제목이 ‘대고려연방의 안정적 정치지형을 담보하는 진보정당의 변신’이었고 논문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규태가 발표하게 되었다.
이렇듯 경은은 대고려연방의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기획력은 규태를 통하여 조용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