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 동해라인 선포 1
다시 해가 바뀌어 통일 이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2032년의 삼일절이다.
최준현 열사의 3주기를 맞이하여 우리 땅 독도연구회 연합동아리가 독도에서 뜻깊은 행사를 주최했다.
이 날의 행사는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합세하여 독도를 향해서 달려가는 고속 페리호의 정원을 가득 채웠다.
동아리 후배들의 틈새에 끼여 있던 규태와 경은도 떨리는 마음으로 동도선착장에 내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독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과시하려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입도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실효적으로 이 땅을 점유하고 있는 국가만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 의식으로서 독도경비대의 역할을 무적의 해병대원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 열 횡대로 줄지어 선 대고려연방의 늠름한 해병대원들이 엄청난 함성을 내어 지르며 거수경례를 했다.
규태는 3년 전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기 시작했다.
갓 해병대를 전역한 준현이 독도경비대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건들건들 걷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
그런데 당시의 상념을 떠올린 건 규태만이 아니었다.
최근에 전역한 떡대가 3년 전 준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참혹했던 한일 간의 전쟁을 몸소 겪은 독도의 모습은 확실히 전쟁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두 번 다시는 일본 따위가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대고려연방의 의지가 독도의 요소요소에 서려 있었다.
흑군파의 기습에 힘없이 함락당했던 3년 전의 사건은 우리 민족사에서 그야말로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그런데 이제 독도는 당시의 기억을 떨쳐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대고려연방의 최전방 군사기지로 변해 있었다.
부대의 이름도 독도경비대에서 ‘독도수호 철통 해병부대’로 바뀌어 있었고 눈을 돌려서 쓱 한번 살펴본 것만으로도 예전의 한가롭던 관광지 분위기가 아니었다.
훨씬 넓어진 헬기장은 백두산 호랑이라고 명명된 국산 수직이착륙 전투기들이 수시로 뜨고 내리면서 독도의 상공을 책임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암석처럼 위장하고 있었지만 동도와 서도 할 것 없이 요소요소에 수십 개의 갱도 진지를 구축하여 해병대의 막강 화력을 은닉시켜 놓았다.
적의 포격에 대비하여 완벽하게 요새화된 부대의 시설들이며 공중과 바다를 향해서 촘촘하게 설치된 대공포들의 위용이며 대일본 최전방 전진기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이제 독도는 한반도의 연약한 어린 섬이 아니라 대고려연방의 동쪽바다를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으로 변신했다.
이렇듯 독도가 하나의 거대한 군사기지로 변모해 버리자 그동안 제집 앞마당인 양 맘껏 활보하던 일본의 해상자위대도 감히 얼씬거리지 못했다.
독도의 막강화력 앞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인데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위상까지 보태어지자 일본정부의 독도 영유권주장도 쏙 들어가 버렸다.
같은 시각, 대고려연방의 삼일절기념식이 연방의 행정수도인 광개토대왕시 통일광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오늘 처음으로 일반에 선보인 통일광장의 위용은 한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었다.
천안문광장보다도 정확히 구백 평이 더 큰 십삼만 사천 평 규모로서 단연 세계 최고의 광장이었다.
거대한 면적의 비무장지대를 개발하는 공사는 모두 3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고 이번에 그 중심부에 해당하는 제1구간이 완공되었다.
통일광장의 맞은편으로 곧 완공을 앞두고 있던 연방정부청사와 연방의회 건물이 한 폭의 병풍처럼 우뚝 솟아 있다.
무엇보다 광장의 정면에 설치된 광개토대왕의 동상이 압권이었다.
달리는 말위에서 칼을 빼어든 채 포효하는 모습은 대고려연방의 신행정수도 광개토대왕시의 역동적인 정체성을 잘 표현했다.
연방대통령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민족사관에 바탕한 삼일운동의 세계사적 의미가 특유의 우렁찬 톤으로 낭독되었다.
민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십 년의 유예기간을 가지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려던 통일화폐와 남북군대의 통합문제도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다.
따라서 더 이상은 유예기간의 존속이 의미가 없게 되었다.
다가오는 7월 1일 연방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던 남북한 정부를 청산하기로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다.
마침 민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자로 종료되기 때문에 이 시점을 기해서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두 정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우리는 독도전쟁에서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독도대첩의 여세를 몰아서 기어이 대고려연방을 탄생시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일제치하에서 신음하던 암울한 식민지도 아니고 동족 간에 서로 대치하던 분단국가도 아닙니다!
세계최고의 광장에서 당당하게 삼일절기념식을 거행하는 대고려연방 민주공화국입니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통일광장을 설계할 때 제가 부득부득 고집을 부려서 치수를 좀 키웠습니다,
그래서 천안문광장보다도 딱 논 한 구역이 더 큰 세계최고의 광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제가 잘한 것이 맞지요!”
때때로 연방대통령은 길들여지지 않은 벼락치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가 부지불식간에 드러나곤 했는데 지금도 그랬다.
감정이 최고조로 몰입될 때 원고에도 없던 일탈을 감행함으로써 엄숙하던 국경일 기념식장을 폭소의 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연방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는 이번에도 팔천만 연방국민들의 심장소리를 쿵쾅거리게 했지만 정작 주목받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기념식장을 일어서는 정 위원장의 주변으로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느닷없는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독도영유권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사실이 없습니다,
위원장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 돌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정 위원장이 자세를 바로 잡고 있었을 때 정 위원장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가 방송카메라 화면에 꽉 들어찼다.
능수능란한 세계적인 정치인답게 왼손은 바지주머니에 집어넣고 가위표시를 한 오른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난 일본을 용서한 적이 없어요!
우리 민족이 당한 36년의 치욕이 아직도 생생한데 용서라는 말은 가당치가 않습니다,
난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당했던 딱 고 만큼의 응어리를 되갚아 주어야만 과거가 청산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런 과정들을 몽땅 거리 생략해 버리고 용서니 화해니 하는 말들은 말입니다,
고거이 다 힘없는 자들의 넋두리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일본이 아직도 독도영유권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고요?
아마도 일본은 제2의 독도전쟁을 구상하는 모양인데 좋습니다!
이참에 아주 확실하게 매듭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방금 하신 말씀은 일본이 독도영유권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양국 간에 제2의 독도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일본에 선전포고라도 하시는 것입니까?”
“이번에도 핵무기를 사용하실 겁니까?”
흥분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정 위원장이 이번에는 웃음기 하나 없는 정색한 표정으로 돌변하여 방송카메라의 정중앙을 주시했다.
“암요! 전쟁이 필요하다면 결단코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 그 선택은 일본이 하갔지만 말입니다”
정 위원장이 뱉어낸 방금 이 말은 긴급속보 형식으로 또다시 전 세계의 메인뉴스를 점령하고 말았다.
당사자격인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고 일부 인터넷방송에서는 대고려연방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삼 년 전 미 항공모함까지 출동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무후무한 위력의 NK차르봄바를 발사했고 딱 그 한방으로 전쟁은 종결되었다.
이제 그들은 통일까지 이루었고 미국과 중국조차도 눈치를 봐야 할 정도의 신흥강국이 되어 노골적으로 일본을 위협했다.
이날 정 위원장의 작심발언으로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국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