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반통일 세력 4
식사 후 서재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은 부인이 직접 내어온 백두산 야생녹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환담이 시작되었다.
“대통령님의 걱정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이 북조선재건회의라는 괴 단체의 후원을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철은 중국이 자신의 뒷배를 봐준다고 떠들어댄다고 합디다만 난 그 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를 않습니다,
그것은 습근평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내가 겪어본 습근평은 박철 같은 신통치 않은 인물을 내세워서 모험을 할 만큼 그렇게 간단한 인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가뜩이나 미국하고 위태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우리 대고려연방을 적으로 돌려세웠을 때 그들이 받게 될 타격이 얼마인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한단 말입니까!”
정 위원장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던 민 대통령이 윤 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소장이 내게 했던 그 이야기를 위원장님께도 말씀드려 보세요?”
그런데 정작 말문을 먼저 연 사람은 이번에도 정 위원장이었다.
환한 표정으로 윤 소장에게 말했다.
“통일의 기여도면에서 보자면 나나 우리 대통령님보다도 오히려 여기 윤 소장이 한 단계 위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다 이 사람의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분에 넘치는 칭찬을 듣게 된 윤 소장이 당치도 않다는 듯 머리를 가로저으며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만 오해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희 삼일팀은 그저 작은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뿐 통일의 전 과정은 오직 두 분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독도를 지켜낸 두 분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 위원장이 웃으면서 오른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인사치레는 그만하시고 오늘 말하고 싶은 본론이나 어서 말해보시라요!”
윤 소장이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녹차 잔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예,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이 시점에서 중국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우회로를 통해서 지원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장백산천지회 같은 극우단체를 내세워서 자금이라든가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 말입니다”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정 위원장이 계속해보라며 오른손을 까닥였다.
윤 소장은 정 위원장과 민 대통령을 번갈아 바라보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꽤 큰 규모의 자금과 무기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것을 원천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계략이 그들의 필요에 의한 조치였다면 일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비슷한 현상들이 최근 남쪽의 일부 지자체에서 벌어졌습니다,
연방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벚나무 퇴출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기어이 벚꽃축제를 강행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벚사모라고 불리는 급조된 단체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그 배후에는 신일진회라는 친일단체가 버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신일진회는 최근에 다케시마 수복결사대와 의형제를 맺고서 그쪽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는데 이 또한 배후에는 일본정부가 관계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모두가 대고려연방을 분열시키려는 중국과 일본의 반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팀이 내린 결론입니다!”
심각한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하던 민 대통령의 행동이 이번에도 재현되었다.
안경을 벗어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쓴 민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부연설명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독도를 침략했던 흑군파가 바로 다케시마 수복결사대라는 일본의 극우단체였습니다,
이들이 신일진회의 배후 세력이라면 이 또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당국이 간접배후로 등장하는 셈이겠지요,
작년 삼일절 행사 때 위원장님의 단호한 대응으로 독도는 연방 법률로써 우리나라의 12해리 영해선의 기점으로 설정되었고 이미 UN의 추인도 받은 상태입니다,
물론 일본도 현실을 인정하고 독도문제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보여지고요,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우리 국민 배은하 씨 구출 환영행사에서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후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습니다,
그 성과물로서 우리의 북방사를 온전하게 돌려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일본과 중국정부의 속뜻은 아니었을 거라는 겁니다,
돌아가는 외부의 환경이 저들에게 불리하게 조성되니까 일시적으로 바짝 엎드렸을 뿐이지 상황이 반전된다면 저들은 또다시 태도가 달라질게 뻔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들의 하수인을 내세워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반격을 시도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 말 없이 다 마신 녹차 잔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정 위원장이 정색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그렇갔지요! 저들의 본색이야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 연방이 더욱더 강대해지기 전에 또다시 분단을 획책하려는 개수작질을 꼼지락거리고 있을게 분명합니다!
지금의 우리 국력만으로도 오줌이 지릴 판국인데 더욱 강대해진 대고려연방이라면 어디 무서워서 밤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갔습니까? 크하하하하!”
한바탕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정 위원장을 따라 두 사람도 함께 웃었지만 정 위원장만큼 호방하게 웃지는 못했다.
웃음을 그친 정 위원장의 표정이 이번에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내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연방이 민주화니 인권이니 하는 것들을 다소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니까 이럴 때의 대응수단들이 너무 물렁해 터졌단 말입니다!
북조선재건회의니 신일진회니 하는 이런 반통일적인 불온세력들은 모조리 끌어다가 즉결처분시키던가, 아니면 아오지탄광 무기교화형 처분이라도 가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대고려연방의 기강이 똑바로 서는 법인데 말입니다!
삼 년 전 연방정부가 성립될 때 연방대통령께서 하도 간곡하게 요청하시기에 아오지탄광에 수용돼 있던 반공화국 분자들까지 풀어주었단 말입니다,
박철이 같은 일등급 반동분자도 그때 섞여서 빠져 나왔됐지요,
보세요? 인권이니 뭐니 하지만 저 자들이 우리 연방에 끼치는 해악덩이가 대체 얼마나 큰가 말입니다!”
얼마나 열이 올랐던지 정 위원장도 검정색뿔테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 정도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정 위원장이 민 대통령을 바라보며 기어이 한마디를 더 보태고 말았다.
“우리 연방은 다 좋은데 말입니다, 법이 너무 물렁한 게 문젭니다!
연방법을 만들 때 법률체계는 그래도 남쪽이 다소 앞서있거니 싶어서 내버려 두었던 것인데 당시 내 판단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자 하는 자들에게까지 법이 너무 물렁물렁하다 보니까 이 자들이 연방정부를 우습게 안단 말입니다!
또다시 조국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자들은 역도의 죄를 물어야 합니다!
역도들에게 인권이 무슨 소리며 민주주의가 무슨 개똥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나 때처럼이야 할 수는 없갔지만 그래도 나라의 령이 설만큼은 법의 위엄이 서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답답하다 이 말입니다!”
예상치 못한 정 위원장의 격노에 민 대통령이 또다시 안경을 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다시 쓰지 않고 정 위원장처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평소의 신중한 성격답게 민 대통령은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네,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나라를 또다시 분단시키고자 하는 자들은 분명히 역도들이 맞습니다,
암요! 어떻게 성취한 우리 연방인데 저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겠지요,
연방 탄생의 주역이었던 위원장님과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위원장님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북쪽 다섯 개 주에서는 위원장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북조선재건회의도 위원장님의 후광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겠고요,
이번에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잘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님이나 저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의당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고려연방이 더욱더 단단한 나라가 될 때까지 무슨 역할이던지 다해야 갔지요,
우리가 만든 통일조국 아닙니까?”
정 위원장이 호방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민 대통령의 양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았던 깊은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북을 대표하는 두 정치지도자의 상호 신뢰가 없었다면 대고려연방은 결단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날 이만큼 자리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