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연하 남자 친구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안 그래도 어린애 같은 남자, 연하는 또 얼마나 어리겠냐는 말도 있고, 나 자신이 남녀를 불문하고 어린 친구를 어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니까 들어올 사람이 없어 까맣게 잊고 잠가 두지 않은 문이었달까. 있는 줄도 몰랐던 먼지 쌓인 문을 동동이가 처음 두드린 것이다.
스물네 살의 연상, 스물다섯 살의 동갑, 그리고 스물여섯 살의 연하. 역설적인 말이지만, 나이 적은 오빠는 나를 이겨 먹고 싶어 했고, 나이 많은 동생은 내가 이기게끔 행동했다. 나이 적은 오빠는 내가 달래줘야 했고, 나이 많은 동생은 나를 달래줬다. 나이 적은 오빠가 가장 철부지였고, 나이 많은 동생이 가장 어른스러웠다. 사람이 문제지 나이는 문제가 아니었다.
동동이가 미국으로 떠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로운 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동이는 남의 나라에 있는 우리나라 친구들과 함께 새해를 보낸단다. 교회에서 떡국도 나올 것이니 한국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겠다. 떡국과 함께 나이도 한 살 더 먹을 것이다.
떡국 다섯 그릇을 먹고 다섯 살 더 먹으면 오빠라고 불러주겠다, 원하는 사람 하나 없는 유치한 내기가 시작되었다. 동동이가 오빠 소리를 듣고 싶어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오빠 소리를 죽어도 못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시작된 내기였다. 다섯 그릇? 쉽지! 자신만만했던 동동이는 새해가 지나고 나서 실패 소식을 전했다. 어쩔 수 없이 동동이는 오빠가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