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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사실은 커다란 두려움으로

확정된 진실을 알면서도 올곧게 걸어간다는 거는

by 박관민

문득문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오는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을 생각 없이 걷다가 'paramore' 음악을 들었던 나이를 곱씹다가 내일에 시간을 걱정하며 자세한 계획을 추진하려다가도 갑작스럽게 심장이 급속도로 차가워지며 뇌에 무지하고 거대한 두려움이 무력감으로 몸을 지배해 버리는 순간이 10초 정도 지나다가 정신 차리니 그 두려움은 '비어있는 사실'로 남아있는 채로 공기 중에 무수하게 흩어져 날아가버립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개념은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던 아니면 멀었던 개념이기에 무의식 중에는 존재할지언정 의식하고 살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 다가오는 "죽고 싶다"라는 과정과 노력은 있었어도 뇌 안에서 왜 인간이 죽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어떠한 사건, 계기도 없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소설에서 주인공이 다가오는 감정처럼 다가오니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며 내가 땅 밑으로 끌려내려 가기 전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점점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광활함과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공허함과 경외감 사람들 사이에서 흡수하고 뱉어낸 지식들이 세상을 구축하지만 실존하는 것들은 이 자연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제 두려움을 독촉하나 봅니다

죽음에 대한 모든 예술들이 인간이 얼마나 이 개념에 대해 타파하려 하며 받아들이려고 하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확정된 진실을 알고 최악일지 최고일지 모르는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우리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많은 것들을 남기고 적어내고 뱉어내고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그리고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입을 닫고 숨 쉬며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에 국한되지 않고 본연의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많이 어렵습니다 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정말 먼 여정이 될 거 같다는 생각과 보잘것없는 인생을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잠깐의 여운을 남겨주기까지 살아가는 게 정말 어렵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정해진 시간을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하며 타임 라인 중 제가 남아있는 시간이 꼭 남아있을 수 있게끔

그렇게 살아남을 때까지 이 두려움을 끝끝내 맞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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