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어도 가는 길은 여전히
따뜻하고 나른해지는 온도를 몸으로 직접 맞이하고 눈으로 두 번 마주할 때 감당해야 할 일들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고 좋은 피곤함과 무게감이 몸을 둘러주며 동공이 확장되듯 각양각색의 색들이 짙게 한자리에서 머물게 된다
그렇게 몸의 두꺼웠던 허물은 벗어나며 가벼워진 천과 어두웠던 색이 밝음을 원할 때 세상을 마주하는 마음이 짙어지려 노력하는 초록색과 편안함을 유지하는 노란색이 나 또한 짙어지기 위해 노력하고 편안함을 찾아가려는 걸음이 시작되는 하루가 되는 거 같다
이럴 때일수록 죽음은 두려워지지 않으며 받아들임이 신중해짐과 동시에 선택이 가벼워진다 나에게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득 담고 있다 더 많은 생각과 나사가 내 머리를 조이지 않으며 잠깐 지나가는 실밥이 나를 무던하게 자극하고 터져 나올 감정이 새어 나올 새도 없이 잠깐 머물렀다 지나갔다는 상태라는 거일 테니 이러한 생각이 마냥 부정적이진 않는다
포근한 가시는 다시 날 집으로 또 집으로 퍼져나가는 민들레처럼 우리는 멈춰있지만 흘러가 보이는 하늘에 박혀있는 구름처럼 그렇게 날 있던 자리로 앉혀준다
앞에서 봤을 때는 한없이 잔인하고 나체에 점을 남기며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각인시키더니 지나고 돌아보니 내가 너에 의도를 모른 채로 받아들였더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판단하고 내가 점찍었더라
둥근 세상에서 너 또한 둥글며 나 또한 둥그니 지루하지 않은 일생이고 벅찬 인생이다 돌고 돌아도 마주하는 것 또한 반복되지만 반복된 반가움은 언제나 새롭다고 그러니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내 발목 아래에 두고 좋은 것들은 내 어깨 위에 얹히며 너도 날 항상 새롭게 반가워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