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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된 날들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로 인해 완성된 글들을 이제야 마주하고

by 박관민

크게 변화를 맞이한 내 삶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바랬던 삶과 바라지 않았던 삶 사이에서 기싸움을 팽팽하게 하던 그 둘은 감정을 내주고 이성을 내주어 중간에 설 수 있는, 그런 성숙함을 가지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이 생활이 진부하게 지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실존하지 않는 원하는 삶을 바라며 감정에만 허덕이는 나를, 난 이미 봤었기에 지금 내가 가라앉는 순간은 이미 예견돼 있었을 거고, 숨을 오래 참는 법을 몸으로 배워 실행할 거라는 것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감정은 솔직하다. 그런 솔직함이 난 너무나도 싫다. 예민함, 무던함, 분노, 절망, 좌절, 불안, 우울, 식상함, 뻔함... 어찌 익숙하고 익숙한 이 단어들과 감정은 언제나 새롭고 무거워 날 그렇게나 힘들게 할까. 라며 인생은 덧없이 예술이 필요하고 너가 필요하다는 걸 절절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무서웠다. 다른 점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언어로 뱉는 과정은 참으로도 무서웠다. 뱉는 나 자신이 전달을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움은 두 번째, 첫 번째는 내가 말하는 언어가 형체로 다가와 너에게 흉터를 남길까 봐 그게 가장 무서웠다. 어쩌면 솔직한. 아니 어쩌면 이기적인 말들이 결국에는 누군가에는 말로 남지 않더라. 마음으로 남을 수도, 감정으로 남을 수도, 평생 가져가야 할 짐으로 남을 수도 있었기에, 이 또한 신중하고 또 신중한 작업이었다


어쩜 너는 내가 지닌 죄목들이 그저 내 이름 석 자로 보일까 싶다. 내 머리 안에서는 말들과 감정을 처리하고 굴리느라 녹슬고 다 닳아버렸는데, 너는 시간 지난 바랜 나 자신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배려인지.. 아니면 너가 가지고 있는 특출 난 능력인 건지.. 나 또한 너를 닮고 너 이름 석 자로 볼 수 있도록 노력 중인 삶을 살고 있다.


미완성된 날들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 존재의 가치는 갈비뼈 틈 사이를 후벼 팔뿐 그 이상에 가치는 무의미하다고 느꼈기에, 존재를 지우고 싶었던 게 전부였다.

미완성된 날들은 완성으로 달려가는 나를 마주하는 너를 마주하려는 과정임을 깨닫고, 그 또한 사랑할 수 있는 나로 만들어가는 게 내가 살아가야 하는 숙명 중 하나인가 보다.

영원히 솔직하고 널 맞이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깊이 새겼다. 그래야 너를 닮아갈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렇게 또 그렇게 반복된 시간이 완성에 가까워지면, 두려움은 증발하고 아름다운 형체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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