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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날은 흔적으로 남고

흔적은 오랜 바람으로 남아버리는

by 박관민

제 주변인들은 "요즘 글 안 쓰던데 별일 없어?"라고 물어보며 궁금해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전 질문을 들으면 "그러게"를 제외한 별다른 말 없이, 글을 쓸 상황이 마땅히 오지 않아 다른 일을 했던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글에 대한 개념을 헤매던 순간.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 천천히 바래져 온몸에 신경을 깨워주며 답을 일깨워주던 날, "내가 가진 모든 이야기를 움직임이 아닌 문장으로 써내리고싶다"와 "내 이야기는 언제나 부정이었다"라는 그 두 결론 안에서 글을 쓰는 작업을 멈췄던 거 같았습니다.


결국 글을 쓰지 않던 빈 여백은 제가 부정이란 개념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던 날들이었고 그날들은 결국은 긍정적이고 바쁜, 전에 써 내린 이야기들처럼 제가 아닌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고, 그 인생이 얼마나 달콤했으면 제 목적을 잊어버리며 살아갔던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꽤나 좋았던 결론은 "행복했구나"로 도달하고 그걸 인지한 지금에야 다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대략 2-3달 정도 제 인생은 '움직임' 아니면 '사랑'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움직임을 이어가며 아끼는 팀원들과 춤추는 순간, 수업, 소통 등 움직임 하나로 펼쳐지는 마인드맵은 결국엔 멋진 인간관계로 도달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하다시피 보내는 순간은 사소하지만 디테일한 우리만 아는 흔적으로 진하게 남아, 지금도 역경을 버틸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괴리감도 없이, 우울감도 없는 결국은 아름다운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다음날을 버틸 힘을 충전하고 소모하고 다시 충전하는 서클을 계속 돌려가며 지내다 보니 제 목적이 사라진 이 '이야기'는 점점 지워져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에게는 정말 긍정적인 소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멋진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장황하게 몰입시킬 수 있는 구사력도,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없지만 단지 솔직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토해내는 내가 글을 멈췄다는 건, 결국엔 인생을 정말 잘 살고, 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순간이 왔다는 결론이 나기에, 이 이야기를 뱉는 순간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변화는 용기. 결국엔 저 또한 변하고, 목적은 구겨지고, 새로운 목표가 펼쳐지는 순간을 한번 더 맞이하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뱉는 건 부정, 긍정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감정도 아닌 그저 제가 하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시 뱉고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으며 제가 움직이는 목적처럼 여러분들도 궁극적인 본인의 삶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 후회를 남기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런 영감을 남기는 사람이 스스로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순간을 기록하여 나중에 제 모든 글을 돌아봤을 때 거짓된 문장들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땐 그랬다는 추억으로, 흔적으로 남아 오랜 바람으로 남는다면 정말 아름답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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