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이에게 인사할 기세
아이들에게 인사라는 것을 다들 똑같이 가르칠 것이다. 이때,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평가 대상이 되질 못한다. 대상자가 갓 30개월을 지났으니까. 인사해야지? 하면, 배꼽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리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상체를 숙인다. 어떤 아이는 무릎만 살짝 구부리고 또 어떤 아이는 폴더폰 마냥 무릎에 이마가 닿는 수준으로 접는 아이도 있다.
내 아이는 지극히 평범하다. 어린이집을 들어갈 때와 나갈 때, 허리를 90도로 구부려 선생님께 인사한다.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와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친구 부모님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다.
내 아이는 인사성이 눈이 부신다.
'밝다'라는 말로 표현하기 아쉬울 정도로 인사를 많이 한다.
놀이터에는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크게 말한다.
"안녕하세요!" 발음도 찰지다. 이때, 허리는 굽히지 않고 얼굴 보며 큰 소리로 얘기한다.
기습 인사에 놀란 어르신들은 반사적으로 활짝 웃으시며 '안녕~'하고 화답하신다. 이쁘다와 귀엽다 등 뒤따라 오는 말이 있지만, 아이는 더 다가가지 않고 휙돌아 제갈길 간다. 뭐 하러 인사한 거냐.
길을 가면서 지나치는 처음 보는 그 누군가를 향해, "안녕하세요!" 역시나 발음이 또렷하다. 너무나 명확한 인사에 그 누군가는 당황하며 "어,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준다. 안녕하세요 기습 공격에 그 누구도 방어할 수 없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휴대폰만 보며 걸어가던 아저씨가 깜짝 놀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대화에 열중한 두 명의 학생도 멈추어 서서 손을 흔들어 준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그래서는 안되는 그런 분위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인사해야 하나? 어색하다. 기습 인사에 당황하는 것은 인사를 받는 사람뿐이 아닌 거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으면, 생색을 낸다.
"안녕하세요 했어." 그래, 잘했어. 그러니까 그만해.
안녕하세요는 어쩌면 하나의 놀이일 수 있겠다.
중식당에서 짜장면을 맛있게 섭취하고 있을 때다. 우리 가족 외에 딸 두 명과 같이 온 남성분이 계셨다. 딸아이가 검댕을 잔뜩 묻힌 입으로 식당에서 크게 외쳤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당황한 아내는 아이의 입을 닦는 척 그만하라고 제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아내는 더욱 당황한다. 왜 그러지 싶어서 뒤를 돌아보니, 아차.
"나 할아버지 아니야." 염색 안 한 짧은 머리에 흰머리가 반이지만, 어떻게 봐도 50대 초반인 아저씨가 억울한 듯 이야기한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두 딸이 웃으며 "아빠, 할아버지 맞잖아."라고 놀리는데,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저분이 할아버지면, 나도 거의 할아버지야.
우리 빌라 1층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이 있다. 교복 차림의 그녀는 우리를 보면, 부리나케 도망가기 바쁘다. 두세 번 마주쳤을 때, 도망치는 그 학생 뒤에서 나는 소리쳤다.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계속 마주쳤는데, 그 학생을 보고 내 아이는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이걸 뭐라 말해야 할까. 어색함을 아득히 넘어서는 당혹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기습 인사를 회피한 사람이 있긴 있다.
"안녕하세요!"
20대로 보이는 남성은 앞만 바라보며 걷는다. 아무런 반응 없이 지나치려 하자, 그녀는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한다.
"안녕하세요!"
그대로 옆을 지나쳐 간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처음인지라 나도 아내도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녀는 그가 사라진 한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살짝 벌어진 입을 다물줄 몰랐다. 인사했다고 생색도 내지 않았다. 딴에는 충격을 받았나 보다. 그녀의 인사가 무적은 아니었다.
무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눈부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