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에서 휴대폰은 독일까? 득일까?

by 붕어빵

"애는 유튜브가 키우는 거야."

첫 아이를 가진 지인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나는 아직 아이를 갖기 전이었지만,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있는 지인네 가족과 식사를 하거나 그 집에 초대받아 가면 항상 아이들은 휴대폰을 지급받아 영상을 시청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필수라고 할 정도로 아이 손에 휴대폰이 쥐어졌다. 휴대폰을 받아 든 아이는 순식간에 몰입해서 침묵 모드로 변환되었고, 우리가 흔히 바라는 '얌전한 아이'가 되었다.

나의 여동생은 아들에게 휴대폰을 금지시켰다. 물론 영상도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렇게나 외삼촌 집에 놀러 오고 싶어 했다. 외삼촌이 '조그만 티비'로 유튜브라는 신문물을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조그만 티비'라고 불린 아이패드 속의 어나더 월드에 들어간 나의 외조카는 강제로 현실로 돌아오기 전까지 나올 줄을 몰랐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은 괜찮지 않을까?

자극적이라고 하는 유튜브 영상이 아닌, 엄마 아빠가 촬영한 본인 영상은 어떨까? 처음엔 호기심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다. 그 반응은 유튜브를 찍어 눌렀다. 딸기 먹는 영상에 입맛을 다시고, 뛰어다니는 영상에 흥분한다. 동네 친구라도 찍혀 있는 영상을 보면 그 친구를 보고 싶어 한다. 취향도 있어서 마음에 드는 영상은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본다. 공감이 되질 않는지 12개월 이전 영상은 보질 않는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아빠가 또 있었다. 그 집의 초등학생 첫째 아들은 어렸을 때, 촬영 영상을 자주 보여줬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휴대폰을 끼고 살고 있다. 그래서 둘째 딸아이는 아예 휴대폰을 쥐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효과가 있을까? 오빠가 이미 휴대폰과 한 몸이 되었잖아. 그걸 보고 둘째도 똑같이 되지 않을까?


휴대폰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본인 영상을 보게 해 주다가 다시 돌려받을 때 문제가 생겼다. "주세요~"라고 손을 내밀면 반대편으로 돌아누우며 돌려주길 거부한다. 허공을 향해 발차기를 하며 기분 상태를 표현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에 아이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으려 하면, 휴대폰을 던져버리는 모습을 몇 번 보여주었다. K예절에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아이 엄마는 휴대폰 금지를 선언하고,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질 않게 되었다. 그러는 엄마는 휴대폰을 끼고 산다.


득일까? 독일까?

사실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여주면, 그만큼 부모에게 자유도가 생긴다. 오랜만에 놀러 온 친구와 수다를 달리고 싶을 때, 하루 미뤄 잔뜩 쌓인 집안일을 할 때, 운전에 집중해야 할 때, 휴식이 필요할 때. 이때만큼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테크놀로지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초등생 부모는 전부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항상 LTE나 5G의 데이터 용량을 유튜브 등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득이 아닐까?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면 독일까?

아내는 부모의 의지라고 표현했다. 안 보여 줄 수 있는데, 그만큼 아이가 부모를 찾게 되고 아이와 같이 놀아야 한다. 그것 참 이상적인 이야기군.


바보상자

"TV는 바보상자야. TV만 보고 있으면 바보 된다."

어릴 때 어른들에게 많이 듣던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TV 없으면 못 살 정도로 매달렸고, 그렇게 자라왔다. 그 당시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우리는 훌륭한 어른이라고 말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문제없이 성장했고, 바보(?)가 되진 않았다. TV에서 휴대폰으로 매체가 바뀐 것은 아닐까? 이 얘기는 허지웅 작가가 TV예능 마녀사냥에서 한 얘기다. 학창 시절 내내 TV와 게임기로 살아왔던 나로서는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우리는 지레 겁먹은 것이 아닐까. 나쁘다고 하니 나쁜가 보다 싶었고, 남들도 못 보게 하니 나도 못 보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공부 안 하고 휴대폰만 보는 게 싫은 게 아닐까. 우리도 그 당시 어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

사실 답은 없고, 우리 아이가 아직 만 3살도 안되었으니 확인할 수도 없다. 이렇게 기술 발전이 빠른데, 10년 뒤에는 또 다른 '바보상자'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거다.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세상에 육아 고수와 전문가는 많이 있다. 그만큼의 많은 이야기와 이론과 정답이 즐비하다. 결국에는 휴대폰 문제도 답 없는 이야기인 것 같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답이 있을 거다. 그럼 나의 답은?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속삭이듯 말하면, 아이는 비밀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의 손가락을 따라 하며 속삭인다.

"쉿. 조용히."

네, 따님. 그대가 비밀을 지키는 한, 아빠는 어나더 월드를 제공합지요.

KakaoTalk_20250429_141652934.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녕하세요! 인사성 눈부신 내 딸